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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 스토어’로 판 키우는 오픈AI… 독주체제 더욱 공고히 [심층기획-심화하는 AI권력 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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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15 05:50:00 수정 : 2024-01-15 0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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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까지 독점 시장 지배력 강화

구글·애플 등 추격 불구 챗GPT 못 넘어
산책로 추천부터 코딩·로고·글 수정 등
GPT스토어 ‘맞춤형 챗봇’ 9만개 등록
기존 AI 스타트업들 존망의 기로에

이름과 달리 폐쇄적 조직 운영 비판
서구 중심 데이터 편향도 심각 큰 우려
국내 초거대 AI 개발 여전히 난항 속
토종 소형AI ‘솔라’ 성능 세계1위 주목

“오픈AI가 내 스타트업을 죽였다(OpenAI killed my start-up).”

지난해 11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맞춤형 인공지능(AI) 챗봇 거래 장터인 ‘GPT 스토어’ 출시 계획을 알리자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에 널리 유행했던 말이다. 코딩을 할 줄 모르는 사용자들까지 챗GPT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AI 챗봇을 만들고 이를 사고팔면서 기존 AI 스타트업들은 경쟁력을 잃고 존망의 기로에 설 것이라는 우려가 담긴 한탄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마침내 공개된 GPT 스토어는 AI 스타트업들을 위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챗GPT 출시 이후 AI 패권 경쟁에서 줄곧 선두를 지켜온 오픈AI가 GPT 스토어를 통해 플랫폼 사업까지 독점하며 자사의 독주 체제를 더욱 견고히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이 앱스토어의 독점력을 이용해 아이폰 판매량을 늘린 것처럼, 오픈AI 역시 GPT스토어를 AI판 앱스토어로 키워 챗GPT의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GPT 스토어의 메인 화면. 스토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AI 챗봇 서비스들을 소개하고 있다. GPT스토어 캡처

여전한 오픈AI의 독주는 한국에도 경고음을 울린다. 미국 빅테크(거대기술) 기업, 그중에서도 오픈AI에 막대한 투자액을 쏟아부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초거대 AI를 독점할 수 있다는 의미라서다. 우리 삶 곳곳을 파고드는 AI 기술을 타국 기업에 의존하는 비극이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경전 경희대(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 교수는 지난 12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깨야 한다. 국내 AI는 ‘위기’”라고 진단했다.

◆오픈AI, 넘을 수 없는 산이 될까

AI 패권경쟁의 원년이었던 지난 한 해 구글, 메타, 아마존, 애플 등 미국 빅테크들은 오픈AI를 매섭게 추격하는 각축전을 벌였다.

오픈AI의 아성을 깨트린 곳은 없었다. 구글이 지난해 12월 “GPT-4보다 우수한 성능”이라며 공개한 AI ‘제미나이’는 시연 영상이 조작됐다는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실제 성능 역시 챗GPT를 뛰어넘지 못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오혜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AI연구원장은 13일 “메타의 거대언어모델(LLM)인 ‘라마’ 역시 성능 면에서 GPT 계열을 따라잡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오픈AI의 전망은 올해도 장밋빛이다. GPT 스토어에는 14일 기준 9만개에 다다르는 챗봇들이 이미 등록된 상태다. GPT 스토어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면 오픈AI는 AI 챗봇 판매 수수료를 받아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다. GPT 스토어가 모델로 삼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현재 앱 개발사에 최대 30%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오픈AI는 지난해 기존 서비스만으로도 16억달러(약 2조원)를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올해 안에 GPT-5를 출시할 계획도 갖고 있다. GPT-5는 GPT-4를 뛰어넘는 수학·과학 문제 풀이 능력을 갖추고, 글뿐 아니라 시청각을 모두 활용해 사용자와 대화하며 이미지·영상까지 생성해 내는 멀티모달 AI의 형태를 띨 것으로 전해졌다.

오픈AI를 향한 시장의 기대감은 크게 부풀어 있다. GPT 모델의 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는 MS는 12일 종가 기준으로 애플을 제치고 2년2개월 만에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MS 시총이 향후 12개월 이내에 3조달러(약 3945조원)를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폐쇄성과 편향성… 아슬아슬한 독주

오픈AI의 독주는 기대만큼이나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조직이 갖는 폐쇄성과, GPT의 데이터 편향성 탓이다. 오픈AI는 ‘열린(Open)’이라는 의미의 이름과 달리 갈수록 폐쇄적인 조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안전한 AI 개발을 위한 원칙으로 개방성과 투명성이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오픈AI는 이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 오픈AI는 AI 개발 소프트웨어나 학습 데이터를 일절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AI 4대 천왕’ 중 한 명인 얀 르쿤 메타 AI 수석과학자는 지난해 미국 IT전문매체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나쁜 AI를 막는 방법은 좋은 AI를 폐쇄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더 빠르게 발전시키는 것이고, 이를 위해 모든 AI 연구를 공개해야 한다”며 “오픈AI는 연구계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공개되지 않은 데이터를 학습한 챗GPT가 편향성을 드러내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서구·영어권의 데이터를 주로 학습한 GPT는 한국의 역사의식이나 윤리관과 동떨어진 답변을 내놓는 경우가 있었다.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지칭하거나, 독도를 ‘분쟁지역’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결국 미국 빅테크가 개발해 서구식 가치관에 지배된 AI에 맞서 자국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AI를 개발하려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뜨거워지고 있다.

◆독주 체제 뒤흔들 변수들

한국의 초거대 AI 개발 상황은 그러나 여전히 미국 빅테크에 상당히 뒤처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경전 교수는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가 공개되기 전에는 네이버가 있으니 한국도 금방 빅테크를 따라갈 거란 희망이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하이퍼클로바X는 GPT-3.5보다도 낮은 성능에 그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오혜연 원장도 “국내 기업인 네이버는 특히 인재와 데이터 측면에서 빅테크를 따라잡기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는 네이버 최수연 대표. 네이버 제공

국내 초거대 AI 상황은 아직 어둡지만, 오픈소스(개방형) AI로 만드는 소규모언어모델(sLLM)의 잠재력은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자체 개발한 소형 AI ‘솔라’로 지난해 12월 전 세계 오픈소스 AI 중 성능 1위를 차지하면서다. sLLM은 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에 비해 크기가 작아 운영 비용도 적게 들며, 특정 분야에 최적화한다면 성능도 LLM에 뒤지지 않는다.

이러한 소형 AI를 무기로 오픈AI를 위협할 만한 경쟁자도 나타났다.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AI다. 이 교수는 “올해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만난 IT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미스트랄의 성능을 칭찬했다”며 “오픈AI의 독주 체제가 지금으로써는 분명하지만, 뉴욕타임스와의 저작권 소송에 휘말려 있는 등 악재를 고려했을 때 미스트랄이 올해 AI 경쟁 구도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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