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급작스럽게 사망한 故강상욱(47·사법연수원 33기) 서울고법 판사의 인사기록을 불과 몇시간만에 내부망에서 삭제한 것으로 나타나 일선 판사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 내부 인사관리시스템 상 ‘법관 조회‘ 페이지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강 고법판사의 인사 기록이 삭제돼 보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관의 현 소속과 생년월일만을 담은 ‘코트넷 법원가족찾기’와 달리 법관 조회 시스템에서는 해당 법관의 임용일부터 근무시작일과 발령지, 출신 학교, 연락처 정보 등 상세 이력을 볼 수 있어 법관들 사이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행정처가 내부 구성원이 급작스레 사망한 지 몇시간도 안돼 강 고법판사의 인사 기록을 삭제한 것을 두고 내부에서는 서운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선의 한 부장판사는 “행정처가 시스템에서 바로 관련 기록을 지워야 하는 내부 사정이 있었을 수는 있다”면서도 “평생 법원을 위해 일해 온 사람을 내팽개치듯 몇시간 만에 지워버렸다는 인상이 든다. 어느 회사라도 이렇게 대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부장판사는 “고인이 돌아가신지 몇 시간도 안돼 법관 조회 시스템에서 기록이 바로 지워진 걸 보고 너무 화가났다”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법원 내부에 따르면 강 고법판사는 전날 저녁 갑자기 쓰러진 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는 서울성모장례식장에 차려졌다. 한 판사는 “평소 굉장히 열심히 일을 해오신 아주 성실하고 뛰어난 판사셨다”면서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강 고법판사는 서울고법 민사24부, 가사2부 재판부 소속으로 최근에는 최태원(64)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3)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재판을 맡은 바 있다. 2021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을 담당했다.
그는 법리에 뛰어난 판사들이 맡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2017년부터 3년간 지냈다. 2011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실시한 법관 평가에서 ‘상위법관 1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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