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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처럼 유엔 무대에 서고 싶어”… 목사·신부·스님·교무 뭉친 ‘만남중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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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12 09:51:21 수정 : 2024-01-12 09: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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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개신교·천주교·불교·원불교 성직자로 2022년 결성
사람들에게 위로의 노래와 삶의 지혜 전하며 소외 이웃 돕기도 활발
최근 ‘행복’을 주제로 한 대담집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 출간
세부 주제로 돈, 관계, 감정, 중독, 죽음 다뤄
“돈, 중요하지만 가치 있게 쓰도록 해야. 돈의 노예 되면 위험”
‘죽음은 새 삶으로 가는 통과의례”
“BTS(방탄소년단)에 이어 국제연합(UN)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발칙한 꿈도 꾸고 있습니다.”

 

각각 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성직자인 성진 스님과 김진 목사, 하성용 신부, 박세웅 교무는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불광출판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넷이  결성한 ‘만남중창단’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외국 종교인들도 들으면 놀란다는 만남중창단은 종교의 차이와 벽을 넘어 세계 최초로 4개 종교 성직자가 뭉친 노래 모임이다. 과거 함께 방송 출연과 강연 등을 했던 인연이 중창단으로 이어져 위로의 노래와 함께 삶의 지혜를 전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4개 종교 성직자로 구성된 ‘만남중창단’의 원불교 박세웅(왼쪽부터) 교무, 천주교 하성용 신부, 불교 성진 스님, 개신교 김진 목사. 뉴시스

2022년 6월 어느 날 행사가 끝나고 함께 식사하던 중 “함께 노래를 불러보는 게 어떠냐”는 얘기가 나온 게 발단이다. 당시 식사 자리에 참석하지 않아 전화로 이 소식을 들은 박 교무는 “나는 음치”라고 손사래를 쳤으나 나머지 3명이 “노래를 못해도 괜찮다”고 독려했다.

 

하 신부는 “나는 (담배를 끊듯이 과거에) 노래를 끊었다. 만취해야 (노래방에) 간다. 제정신에 노래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도전과 다름없었지만, 중창단은 지금까지 60회 넘게 공연하며 평화와 공존을 노래했다.

 

김 목사는 “(중창단이 지향한 건) 갈등, 상처,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마음에 있는사람들에게 우리의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교리가 아닌 노래로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종교가 점점 신뢰를 잃는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박 교무는 “종교인이 세상을 걱정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세상 사람들이 종교인들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우리 종교가 좋다’는 얘기를 듣고 믿는 사람은 아마 99.9% 중도에 하차할 것”이라며 “종교인의 삶과 행동에서 감명받아 종교에 귀의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종교의 어떤 부조리나 부정적인 측면에도 신앙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창단은 소외된 이들을 위한 봉사도 하고 있다. 서울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음악을 배우는 아이들이 비행기를 한 번도 못 타봤다는 얘기에 아이들과 함께 제주에 가서 합동 공연을 열기로 했다. 그동안 받은 출연료 등을 털어서 아동 70여명의 항공료와 현지 다양한 체험 활동 비용을 마련했다. 


최근 펴낸 책은 종교가 다른 네 성직자가 각자의 신념과 종교관, 삶을 향한 깊은 사유를 토대로 ‘행복’에 관해 얘기하는 대담집이다. 하 신부는 “더 가져야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죽을 때까지 행복할 수 없다”며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면 그 시점부터 행복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의 나, 살아 숨 쉬는 나를 향한 만족과 감사야말로 행복의 시작과 끝”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무도 “행복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 아닌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에서 나온다”고 거들었다. 

하성용(왼쪽부터) 신부, 성진 스님, 김진 목사, 박세웅 교무로 구성된 ‘만남중창단’의 노래 연습을 하는 모습. 불광출판사 제공

성진스님은 “나를 괴롭히는 게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제거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며 행복을 찾는 이들에게 역으로 고통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김 목사는 “사람들이 저마다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이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를 관통하는 ‘생명의 에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에너지가 사랑, 자비, 감사, 창조의 에너지로 채워지면 행복으로 충만할 것”이라며 삶의 시선을 바깥보다 자기 내면으로 돌려보길 당부했다. 

 

책은 세부 주제 5가지로 돈, 관계, 감정, 중독, 죽음을 다룬다. 현대인이 버거워하는 현실 문제이면서 행복한 삶을 논할 때 빼놓기 힘든 요소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돈’을 어떻게 봐야 할까. “돈은 잘 가져야 한다.…돈의 쓰임을 알고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돈을 가져야지. 그렇지 못한 사람이 돈을 가지면 돈이 삶을 좀먹는 족쇄가 된다.”(하 신부)

 

성진스님은 “돈을 앞에 두고 아무리 좇아 봐야 못 따라잡는다”며 “돈이 나보다 뒤에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목사는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돈이 얼마나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는지를 깨달으라”고 , 박 교무는 “돈벌이를 마음을 단련하는 훌륭한 도구로 삼으라”고 충고했다. 

‘관계’에 대해 박 교무는 “관계는 그물이다. 서로가 얽히고설켜 살아가는 세상에서 관계 맺음과 끊음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고 했다. 성진스님은 ‘중독’을 ”밑 빠진 독”이라고 규정하며, “아무리 채우려고 해도 채울 수가 없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사람이 두려워하는 ‘죽음’은 어떨까. 김 목사는 “죽음은 새 삶이다. 죽음은 새로운 어떤 세계로의 나아감, 통과의례”라고 정의하면서 “시기가 되어서 자연스럽게 이사를 가듯, 그런 마음으로 죽음을 바라봤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만남중창단은 도서 판매에 따른 인세는 ㈔종교인평화봉사단에 전액 기부하고, 오는 26일 저녁 청년공간 JU ‘다리소극장’에서 북콘서트도 열 예정이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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