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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하나로 자산관리·보험가입·주식까지… ‘오픈파이낸스’ 가속 [심층기획-진화하는 '오픈뱅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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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09 06:00:00 수정 : 2024-01-09 01: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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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의 금융’ 영역 날로 확대

은행 계좌 조회·이체 기능 개발 넘어
카드·증권·저축銀 등 금융거래 통합
신한·KB금융 등 ‘슈퍼 앱’ 잇단 출시
생활 금융 플랫폼 전환… 서비스 확대

금융정보 제공 따라 전송비용 지불
올부터 ‘마이데이터’ 과금 본격 시행
“소수업체 중심 산업구조 재편 예상”

금융시장 혁신과 경쟁 강화를 위해 도입한 ‘오픈뱅킹’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은행 계좌 조회 및 이체 기능의 개발을 넘어 보험, 자산관리, 대출, 연금, 신탁 등 고객의 금융거래 전반을 개방하는 개인화한 금융서비스 경험을 제공하는 ‘오픈파이낸스’(Open Finance)로의 진화가 이뤄지는 추세다. 이런 변화에 맞춘 국내외 대응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앞다퉈 진화된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며 ‘내 손 안의 금융서비스’를 홍보한다. 해외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도 올해부터 마이데이터 과금 시행으로 인한 산업구조 변화가 예상된다.

◆‘오픈뱅킹’에서 ‘오픈파이낸스’로

8일 신한금융그룹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달 18일 자사의 ‘신한 슈퍼 쏠(SOL)’ 앱을 출시했다.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 신한라이프, 신한저축은행 등에서 각각 따로 보던 금융 업무를 하나의 앱에서 볼 수 있게 하는 ‘슈퍼 앱’이다. 하나의 앱에서 은행 이체, 카드 결제, 주식 투자, 보험 가입 등을 할 수 있다.

최근 국내 금융사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금융 업무를 보는 ‘슈퍼 앱’ 전략을 추구 중이다. KB금융은 2021년 6개 계열사 70개 업무를 통합한 ‘KB스타뱅킹’을 출시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하반기에 통합 앱 ‘뉴원(WON)뱅킹’을 내놓을 예정이다. NH금융은 내년 2월까지 ‘NH올원뱅크’를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통합 앱을 만든다는 계획이며, 하나금융은 ‘하나원큐’ 플랫폼을 중심으로 비금융 서비스를 넓혀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은행뿐 아니다. 삼성그룹 내 금융계열사(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삼성증권)는 2022년 4월부터 통합 금융서비스 앱인 ‘모니모’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업계의 ‘앱’ 일원화 노력은 금융업계가 ‘플랫폼 중심 전략’을 추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 금융만의 변화는 아니다. 백연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오픈파이낸스의 세계동향과 국내 마이데이터 산업에 주는 시사점’ 보고서에서 “금융데이터 공유 범위를 확장하고 정보 주체의 데이터 이동권 강화를 위한 오픈파이낸스와 관련한 정책적 움직임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관찰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유럽위원회는 금융데이터 접근·이용 기본 개념(프레임워크) 규정 초안을 공개하는 한편, 오픈뱅킹 서비스 개선안을 담은 PSD3 제안서를 발표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4월 차세대 오픈뱅킹 시스템을 위한 로드맵과 오픈뱅킹의 가용성과 성능을 향상하며 금융범죄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기본 개념 구조를 발표했다.

김남훈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코스콤에 기고한 ‘오픈파이낸스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방안’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오픈뱅킹에서 플랫폼 중심의 오픈파이낸스로 시대적 전환을 꾀하는 이유는 경쟁 촉진 금융 규제로의 전환, 기술 기반 금융의 플랫폼화, 소비자 금융 니즈 변화 등에 크게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예상보다 빠르게 디지털 금융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각국의 금융 당국들이 개방성을 높이는 형태로의 규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국 금융위원회도 규제 샌드박스, 마이데이터산업 등 금융인프라 개선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과 같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광범위한 소비자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상품 개발, 서비스 출시 등이 가능해지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의 수요도 ‘오픈파이낸스’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2년 우리금융연구소의 설문조사에서 MZ세대(1980년대 초∼2010년대 초 출생) 응답자의 50.1%가 신규 서비스로 기능이 하나로 통합된 통합 앱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데이터 과금 시작… 파장은?

김 연구위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존의 ‘오픈뱅킹’은 은행 계좌정보 조회나 이체에만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연금, 보험, 증권과 같은 다양한 금융정보를 한 앱에 묶어서 보고, 그 계좌에 있는 자산 이동을 은행이나 기관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도록 확장하는 것이 오픈파이낸스의 콘셉트”라고 말했다.

오픈파이낸스 개념은 크게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로 나눠 볼 수 있다. 은행 등의 금융서비스를 표준화한 형태로 제공하는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등을 이용해 하나의 앱으로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오픈뱅킹’, 정보 주체가 개인데이터에 대한 열람·제공범위·접근 승인 등을 직접 결정함으로써 개인정보 활용 권한을 보장하는 ‘마이데이터’, 고객의 자산을 보유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계좌에 대한 결제나 송금 등에 필요한 이체 지시를 전달하는 마이페이먼트 모두가 필요하다.

백 연구위원은 “정부 또는 민간 주도로 오픈뱅킹 및 오픈파이낸스 체계가 정착했는지에 따라 데이터 표준화 및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 주도하에 시스템이 구축될 시 송·수신되는 데이터 질이나 생태계 지속성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어 산업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정보제공자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데이터를 생산하는 기업과 이를 이용하는 기업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정부 주도 사례에 속한다. 금융위원회 주도로 2019년 오픈뱅킹이 도입됐다. 백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송·수신되는 금융데이터 질 및 데이터 산업 생태계 존속과 관련된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이 마이데이터 과금 문제다. 올해부터 핀테크 기업 등 금융권 마이데이터(통합 개인 신용정보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업자들은 정보를 제공해 주는 금융회사, 통신사,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 등에 정보전송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그동안 정보 제공 업체들은 마이데이터 시행을 위해 큰 비용이 투입돼 과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핀테크 업체들은 데이터 전송에 과도한 과금을 하면 혁신 서비스 출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맞서 왔다. 과금체계 기준이 마련되면서 마이데이터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형국이다. 한국 마이데이터 산업의 경우 금융회사간 표준화한 API 기준이 있어 사업자 간 서비스 차별화가 어렵고 중간 유통채널로서의 수익성 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백 연구위원은 “자금 여력이 있는 소수업체 중심으로 시장 경쟁 구조가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시장 내의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 구조를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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