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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의심해 녹음한 통화가 선거법 재판에 제출…증거 효력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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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08 12:15:39 수정 : 2024-01-08 12: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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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생활 중대 침해 아니면 증거 인정”

동의 없이 녹음된 통화로 중대한 인격 침해가 발생한다면 형사소송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반면 그 침해 정도가 크지 않다면 공익을 고려해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최모씨 등 3명의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사건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이들은 징역 10개월에서 징역 1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최씨 등은 2019년 3월 실시된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선거인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법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의 쟁점은 최씨 휴대전화에서 녹음된 통화 내용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였다. 앞서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최씨와 다른 피고인들, 최씨와 배우자 사이 통화 녹음파일을 다수 발견했다.

 

다만 최씨는 해당 녹음파일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의 배우자가 불륜을 의심해 최씨 몰래 통화 자동녹음 기능을 활성화해 둔 것이기 때문이다. 피고인들은 이 녹음파일이 불법감청으로 취득한 것이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과 달리 항소심은 최씨와 다른 피고인 사이의 통화 녹음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해당 통화 녹음은 최씨나 통화 상대방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불법감청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만약 불법감청에 의한 전기통신내용을 사용해 수집한 2차적 증거를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게 되면, 불법감청에 의한 전기통신내용이 2차적 증거 수집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됨으로써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최씨 부부 사이 통화 녹음은 1·2심에서 모두 증거 능력이 인정됐다. 통화 당사자 중 한 명인 아내가 녹음한 것이므로 ‘감청’에 해당하지 않고, 이 사건 범행을 증명하기 위해 최씨의 기본권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이런 판단을 수긍했다.

 

재판부는 “증거수집 절차가 개인의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해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벗어난 것이라면, 형사소추에 필요한 증거라는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형사소송에서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보다 우월한 것으로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한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형사 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두고 “일방 당사자의 통화 녹음에 대해 증거능력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녹음 경위·내용 등에 비춰 사생활이나 인격적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한 경우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밝혔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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