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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한도 어기고… 실적 고과에 반영… ‘불완전 판매’ 부추겼다

입력 : 2024-01-07 18:00:00 수정 : 2024-01-07 22: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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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판매사 현장조사 돌입

‘고위험’ 총량 한도 50%→80% 확대
직원 KPI에 판매 실적 과도한 반영
적극 영업 유도… 고령층 집중 타깃
실제 65세 이상 투자자 비중 30.5%
국민銀 등 일부, 문제 정황 드러나

2024년 만기 15.4조… 상반기에 10조
금감원 “리스크 관리 등 살펴볼 것”
TF 가동 통해 분쟁조정 지원 예정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주요 판매사 12곳을 조사한 결과 주요 은행들이 판매 한도를 지키지 않거나 직원 핵심성과지표(KPI)에 고위험상품 판매 실적을 과도하게 반영해 적극적인 영업을 유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은행 직원을 통해 고위험상품 판매가 이뤄지다 보니 홍콩H지수 ELS 잔액의 30%가 창구를 주로 이용하는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판매됐다. 금감원은 8일부터 금융사 현장검사를 통해 불완전판매 관련 위법사항 파악에 나선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 은행(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과 7개 증권사(한투·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 등 주요 ELS 판매사의 홍콩H지수 판매 사례를 조사한 결과 고위험상품 관리체계상 전반적인 문제점들이 파악됐다고 7일 밝혔다. 일부 판매사는 자체적으로 정한 ELS 판매한도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홍콩H지수 ELS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의 경우 변동성이 30% 이상인 고위험상품에 대해 총량규제 한도 50% 내에서 판매하고 변동성 위험 증가 시 한도를 감축하는 자체 내부 규정을 마련했으나 2020년 말 국내외 자본시장 호황기가 도래하자 오히려 판매한도를 80% 수준으로 증액해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 12월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홍콩지수 ELS 피해자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들이 고위험상품 판매에 대한 직원 KPI를 과도하게 반영해 영업을 부추긴 정황도 조사됐다. 고위험상품 판매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KPI 비중이 전체의 30~40%에 달해 직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창구에서 적극적인 영업이 필수가 됐다. 그 과정에서 은행 창구를 주로 이용하는 65세 이상 고령층들은 ELS 상품 가입의 타깃이 됐다. ELS 상품은 6개월마다 조기상환을 할 수 있는데 직원 KPI에는 수익률까지 반영됐기 때문에 고객의 중도해지를 만류하는 행태가 있었던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ELS는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가 일정 수준(손실 발생 구간)을 넘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는데 지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도 제때 조기상환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일부 판매사들은 신탁계약서, 투자자정보 확인서 등 고위험상품 관련 계약 서류조차 보관하지 않고 있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계약 관련 서류를 10년간 보관해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전체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 중 65세 이상 고령투자자의 비중이 30.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은행, 증권사를 합쳐 8만6000개 계좌가 파악됐고 잔액은 5조4000억원에 달했다. 은행의 경우 전체 홍콩H지수 ELS의 94.3%가 창구에서 판매됐다. 증권사의 경우에는 온라인 판매 비중(87.0%)이 높았다. 과거 파생결합증권 투자경험이 없는 최초 투자자 비중은 계좌 수 기준 8.6%에 불과했다. 재투자자 비중이 91.4%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투자자의 자기책임하에 투자가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은 8일부터 ELS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12개 판매사에 대한 순차적인 현장검사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까지 국민은행을 제외하고 대부분 서면으로 조사가 실시됐는데 이달부터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위법사항을 현장에서 집중적으로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본점에서 ELS 상품을 어떻게 판매했고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불완전판매 등 위법사항을 현장검사에서 세밀하게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4일 출입기자단 신년인사회에서 “사모펀드 사태 등을 겪은 판매사들이 경험만을 우선시해 면피성, 형식적 절차만 중시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합성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할 경우에는 책임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엄중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올해부터 홍콩H지수 ELS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고객 민원과 법적 분쟁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H지수는 2021년 2월 기준 1만2229포인트에서 지난달 말 5769포인트까지 내려가면서 투자자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상 3년 만기인 홍콩H지수 ELS 상품판매가 2021년에 집중되면서 올해 전체 잔액의 79.6%,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예정됐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으로 상반기에만 절반 이상(52.7%) 만기가 돌아온다.

 

금감원은 지난달 구성한 H지수 ELS 대응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분쟁조정을 지원한다. 관련법상 판매원칙에 대한 실질적인 준수 여부와 함께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균형 있게 고려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는 이번 현장검사에서 분쟁민원 사실관계 파악 등을 위한 민원조사를 함께 실시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검사를 통해 가능하면 신속하게 불완전판매 등 판매행위 과정에서 불법사항을 정리해서 배상기준을 최대한 신속하게 확정할 생각”이라며 “판매사에서 자율배상을 할 수도 있고 분쟁조정신청으로 배상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승진·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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