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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 새해 청룡 기운 가득한 여행지는 어디?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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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07 11:12:49 수정 : 2024-01-07 11: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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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용 꿈틀대는 고흥 영남 용바위/용이 휘감은 경북 예천 회룡포 마을/소원 하나 꼭 들어주는 부산 해동용궁사

 

고흥 영남 용바위.

12지신 중 용만큼 신비로운 존재가 또 있을까. 다른 동물은 모두 현존하지만 용은 유일하게 전설 속에만 등장하니 말이다. 용은 절대적인 힘과 상서로운 기운을 지니는 존재로 여겨진다. 푸른 용,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용의 기운을 듬뿍 받아 하는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소원하며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용의 전설이 흐르는 여행지로 길을 떠난다.

 

고흥 영남 용바위.

◆푸른 용 꿈틀대는 고흥 영남 용바위

 

우리나라 전설에서 용은 여의주를 품고 하늘로 오르는 모습으로 자주 그려진다. 유럽 신화에선 하늘을 날며 불을 뿜어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용 중에서도 으뜸은 청룡으로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신(四神) 중 하나다. 용이 도를 깨우쳐 신선의 존재가 되면 몸의 비늘이 파란색이나 초록색으로 바뀐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이에 청룡은 왕권은 물론, 생명, 번영, 지혜를 상징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 이런 용의 전설이 지닌 여행지가 수도 없이 많지만 특히 전남 고흥 미르마루길에는 푸른 용의 전설이 듬뿍 담겼다. 바로 영남면 우천리 용암마을 해변에서 만나는 영남 용바위다. 우주발사전망대∼다랭이논∼몽돌해변∼사자바위 포토존∼미르전망대∼용바위로 이어지는 미르마루길은 3.37㎞로 1시간 정도 걸리며 그 길 끝에 용바위가 펼쳐진다. 해변으로 들어서는 입구부터 범상치 않다. 영락없는 용의 머리를 닮은 용두암이 여행자를 반긴다. 마을 사람들이 승천한 용을 보고 싶다고 간청하자 하늘에서 용두암을 내렸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고흥 영남 용바위.

해변을 따라 10여분을 걸으면 반석과 암벽층으로 이뤄진 약 120m 높이의 바위산이 등장하는데 눈을 의심할 정도로 신기하다. 마치 거대한 용이 방금 꿈틀거리며 암벽을 기어 올라간 듯, 움푹 팬 흔적이 바다에서 절벽 꼭대기까지 물결치듯 또렷하게 이어진다. 용바위에는 청룡과 흑룡의 싸움에 얽힌 아주 흥미진진한 얘기가 담겼다. 활쏘기 솜씨가 빼어난 류시인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흑룡과 청룡이 여의주를 차지하려고 싸울 때 한 마리를 활로 쏘아 죽이지 않으면 마을에 큰 화가 닥친다고 예언했다. 꿈이 하도 기이해 용추로 달려가니 실제 두 마리 용이 싸우고 있었고 류시인은 그중 흑룡에 활을 쏴 명중했다. 덕분에 청룡은 용바위를 발판 삼아 승천했단다.

 

영남 용바위 전망대 용 조형물.

미르마루길 해안 탐방로에는 용굴, 몽돌해변, 사자바위 등 멋진 풍경이 즐비해 지루할 틈이 없다. 영남 용바위 꼭대기 전망대에는 용이 승천한 전설을 담은 황금빛 용 조형물이 위엄을 자랑한다. 이곳에선 내매물도, 팔영대교, 여수의 섬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절벽 아래에는 싸움에서 패한 흑룡이 숨어들었다는 용굴도 있는데 비바람이 치는 날이면 흑룡이 울부짖는 소리가 10㎞까지 퍼져 간단다. 사실 이는 너울성 파도가 내는 굉음으로 마을 사람들은 동굴의 소리로 날씨를 파악했다. 절벽 위 숲을 걷다 보면 몽돌해변이 등장하고 바다 위에 웅크린 사자 모습을 닮은 바위도 만난다. 청룡이 류시인의 용맹에 감동해 그를 마을을 지키는 사자바위로 만들었단다.

 

예천 회룡포 마을. 한국관광공사 제공

◆용이 휘감은 경북 예천 회룡포 마을

 

경북 예천군에도 용과 관련된 마을이 있다. 아예 이름이 용궁면 회룡포길이다. 내성천이 산에 가로막혀 마을을 한 바퀴 휘감고 나가는 형상이 마치 용틀임하는 모습을 닮아 ‘회룡(回龍)’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맑은 물과 넓은 백사장이 어우러지는 동화처럼 평화로운 마을은 폭우가 내리면 육지 속의 섬으로 변해 버린다.

 

회룡포 미르미로공원 조형물. 한국관광공사 제공
회룡포 미르미로공원. 한국관광공사 제공

회룡포를 제대로 즐기려면 용이 승천하는 형상의 비룡산 회룡대에 오르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 천년고찰 장안사로 들어서면 용 그림이 새겨진 용왕각과 용바위를 만난다. 이곳에서 울창한 소나무숲을 즐기며 10분 정도 계단을 올라 회룡대에 서면 웅장한 물길이 장쾌하게 휘돌아 나가는 회룡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은 하트산. 두 산이 겹쳐 골짜기를 이룬 가운데 모습이 마치 하트를 닮았다. 마을의 회룡포 미르미로공원도 꼭 들러 보길. 측백나무, 향나무로 꾸민 공원에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회룡포를 표현한 설치 작품 ‘회’와 TV 트로트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끈 ‘회룡포’ 가사를 새긴 노래비를 만난다.

 

부산 해동용궁사.

◆소원 하나 꼭 들어주는 부산 해동용궁사

 

부산 기장군 기장읍 용궁길의 해동용궁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꼽힌다. 특히 일출 풍경이 빼어나 새해에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다. 해동용궁사는 1376년 공민왕 때 왕사 나옹대사가 창건했으며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 중 하나다. 관세음보살을 주불로 모시는데 누구나 정성을 다해 빌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룬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해외 여행객도 많이 찾는 부산 여행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사찰 입구에는 돌로 만든 십이지신상이 도열해 여행자를 반긴다. 저마다 자신의 띠 동물을 찾아 인증샷을 찍는 시간. 대학에 합격하는 학업성취불, 코와 배를 만지면 자손을 얻는다는 득남불을 구경하며 108 장수계단을 내려가면 푸른 바다와 기암괴석과 어우러지는 해동용궁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꼽히는지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지옥에서 고통을 겪는 중생을 구원하는 지장보살이 바다를 등지고 앉은 곳이 해돋이 명소로 꼽혀 새해가 되면 많은 이가 찾아 건강한 한 해를 기원한다. 진신사리탑 아래 용의 머리 형상을 한 용두암을 시작으로 사찰 곳곳의 전각과 조각상 등을 이으면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특히 대웅보전 옆에는 어업으로 생계를 잇던 마을 사람들이 용왕에게 풍어와 안전을 빌던 풍습이 깃든 용궁단이 세워져 있다. 광명전엔 오른손으로 팔베개하고 누운 와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웅전 뒤 계단을 오르면 단일 석재로 만든 우리나라 최대 규모 불상인 약 10m 높이의 해수관음대불을 만난다. 


고흥·부산=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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