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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시네마트랩] 전쟁영화와 인물영화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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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05 22:36:31 수정 : 2024-01-05 22: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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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감독의 ‘노량: 죽음의 바다’가 상영 중이다. 23년과 24년 겨울에는 장군들이 극장가를 장악했다. 한 명은 황제가 된 전쟁영웅(‘나폴레옹’)이고, 한 명은 권력욕에 사로잡혀 쿠데타를 일으킨 장군(‘서울의 봄’)이고, 마지막 한 명은 나라에 충성하는 군인으로서 신격화된 이순신 장군(‘노량: 죽음의 바다’)이다.

‘명량’부터 시작된 이순신 3부작은 이순신 신드롬을 일으켰고, 근대 이전에 대함대가 격돌하는 전투를 영화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신기원을 이룩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한국영화의 영향력이 커진 지금, 이 영화는 단순히 이른바 ‘국뽕’이라는 지나친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을 넘어서 전쟁의 역사나 전쟁영화에 관심이 있는 해외 관객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다.

유명한 전투 자체를 영화로 만든 경우는 많다. 이 경우, 그 전투에 관여한 지휘관들의 지략과 선택, 그리고 그에 따라 일반 병사들이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실제 역사에서 일어난 변수들도 그리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인류역사에서 주요한 전투는 대체로 육상전이다 보니 수많은 전쟁영화는 대체로 육지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벌어진 대규모 해전을 다룬 영화들은 그리 많지 않다. 해전을 다룬 영화들로는 태평양 전쟁 시기에 미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진 진주만 습격이나 미드웨이 해전을 다룬 영화들이 생각난다. 이 영화들은 각 전투에 참가한 장군과 임무를 수행하는 주요 인물들의 활약을 다루기에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았다. 즉, 그 영화들은 각 인물을 통해서 전투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재연해서 보여주려고 한다.

이에 비해, ‘패튼’이나 ‘알렉산더’, 그리고 ‘나폴레옹’은 전쟁에서 두각을 나타낸 전쟁영웅의 성격과 그런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야망이나 심리적 동기를 강조한다. 그래서 하나의 전투만 보여주기보다는 그 인물들의 인생에서 중요한 여러 전투를 삽입해서 보여준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은 각 영화 한 편을 이순신 장군이 승리한 주요한 전투를 다루는 데 할애했다. 기획은 이순신에 대한 매혹으로부터 시작되었고 해전의 스펙터클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전쟁영화와 영웅을 다룬 인물영화의 성격을 절충해서 제공했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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