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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비트코인 거래를 막았나… 미·중 무역전쟁의 내막

입력 : 2024-01-05 10:22:09 수정 : 2024-01-05 12: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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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본질은 미·중 대리전
‘일대일로’ 위안화 투자하고 부채 달러로 받아

미중 통화전쟁/타무라 히데오, 정상우 옮김/오픈하우스/1만9800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언제 끝날지 모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쟁은 두 나라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본질은 미국과 중국의 ‘통화’(通貨) 대리전이다.

 

시간을 거슬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만나 “양국은 우호에는 한계가 없고, 협력에는 금지된 영역이 없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20일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

타무라 히데오, 정상우 옮김/오픈하우스/1만9800원

아무리 푸틴이라도 미국의 달러 파워를 모를 리 없고, 서방의 제재는 걱정거리다. 그러나 중국이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그를 전쟁으로 이끌었다.

 

중·러 공동성명에는 러시아산 석유·천연가스·밀 수입 확대 및 양국 간 무역 결제에서 달러화를 배제하고 중국의 위안화와 러시아의 루블화 거래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실제 서방 제재로 러시아 석유 가격이 폭락하자, 중국은 국제 시세보다 비싸게 이를 수입했다. 푸틴이 오랜 경제 제재에도 버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타무라 히데오가 쓴 ‘미중 통화전쟁’은 중국이 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지, 그 방식은 어떤 것인지 사건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풀어낸다.

 

저자가 분석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중국의 노림수는 러시아의 탈달러화를 통한 위안화의 영향력 확대다. 전쟁으로 기력을 소진한 러시아는 경제의 많은 부분을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그 자체로 시진핑에게 좋은 먹잇감이기도 하다.

 

중국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어 진정한 패권국가가 되기를 꿈꾸는데, 아직 달러화의 그늘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상품시장이 아닌 금융시장에서 여전히 자유로운 거래가 불가능한 위안화가 국제적 위상을 유지하는 건, 마치 금본위 제도처럼, 중국이 위안화를 바꿔줄 수 있는 달러를 대거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거래를 금지한 것도 달러와 관계가 있다. 중국 정치인의 비자금 등 숨은 위안화가 가상화폐로 바뀌어 해외로 유출되고 다시 달러로 바뀌면, 위안화 폭락을 막기 위해 중국은 외환보유액을 내놔야 한다. 비트코인 거래가 폭증한 2016년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200억달러 줄어들며 시진핑을 당황케 했다.

 

중국은 가상화폐를 금지하는 대신 공산당이 주도하는 디지털 통화 체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 통화가 보편화한다면, 네트워크를 철저히 감시하는 공산당의 눈길을 피해 위안화를 국외로 빼돌리는 건 불가능해지고, 시진핑의 지배 체제는 더욱 공고해진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단이라는 사실에 저자는 주목한다. 중국은 선심 쓰듯 저개발 국가의 인프라 건설을 돕지만, 통화 거래 내용을 살펴보면 국제 개발임에도 외환 투입이 필요한 직접투자는 총 투자의 20%밖에 되질 않는다.

 

왜 그럴까.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 기업이 수주하고, 중국의 근로자가 투입된다. 그리고 결제는 대부분 위안화로 이뤄진다. 중국이 자국의 화폐를 이용해 투자한 후 다시 자국으로 부를 가져가는 것이다. 중국과 중국의 기업은 이렇게 이득을 얻지만, 일대일로 투자 대상국은 투자비(부채)를 위안화가 아니라 달러로 갚아야 한다. 중국으로선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고, 만약 받지 못하면 인프라 시설을 압류한다. 많은 국가가 중국이 건설한 인프라 사용권을 중국에 빼앗기거나, 빚을 갚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저자는 공산국가인 중국이 이처럼 통화를 이용해 과거 제국주의를 재현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책은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무역 제재가 가져온 중국 경제 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을 되살린 이유를 설명한다. 또 자국의 부동산 위기에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짚는다. 알고 보면 모든 건 ‘통화’에 달렸다.

 

국제 경제에 있어 어느 쪽이 무조건 선하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듯이, 중국 역시 자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저자는 특히 중국의 경우 위안화 유통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으며, 공산당은 언제든 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책의 말미 일본과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옳은지 묻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을 거쳐 현재 일본의 우익성향 언론인 산케이신문에 재직 중인 저자의 글은 배중친미(排中親美)의 색채를 띤다. 그러나 정치색과 무관하게 통화를 중심으로 한 미·중 관계에 대한 그의 통찰은 분명 예리하고, 국제 경제에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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