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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손사태 대해부] “게임사, 다양성 버리면 ‘바다이야기’로 전락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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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06 05:00:00 수정 : 2024-01-06 02: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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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약 21조원에 달하는 국내 게임 산업이 여성을 배제하는 방식의 운영을 고수하면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여성 게이머는 총을 쏠 수 있는가’의 저자인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게임이 남성 지배적인 여가 문화로 남을 때 그 끝은 ‘바다이야기’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5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바다이야기는 2004년 출시된 슬롯머신 개념의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이다. 사행성 문제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켜 규제 논의를 촉발했다.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윤 씨는 책 출간 뒤 공교롭게 최근 일어난 집게손 사태를 바라보는 소회에 관해 “너무 낙관적이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업계 내 여성 노동자들 문제나 젠더 갈등이 적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집필했는데 최근 돌아가는 상황은 그 반대여서다. 그는 “언뜻 보면 게임 산업을 비판하려고 쓴 책 같지만, 반대로 게임이 일상적인 문화고 그렇게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쓰게 됐다”고 했다.

 

그가 최근 게임 커뮤니티 내 패미니즘 백래시를 보며 떠올린 단상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코로나19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이 더 활발해지면서 동시에 폐쇄성도 강화돼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공고해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반(反)페미니즘 경향을 게임만의 문제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는 “우파 포퓰리즘 정서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상황에서 게임 산업 안에서만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틀린 진단일 것 같다”고 밝혔다.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장도 이 사태가 게임 회사 문제가 아닌 커뮤니티 문제라는 데 공감했다. 그는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가 성장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회장은 “‘성차별을 용인해도 되는가’에 관한 게임 업계의 논쟁은 영미권에서는 2014년 끝난 문제”라고 했다. 당시 미국에서 여성 인디 게임개발자인 조이 퀸을 겨냥한 사이버 집단 괴롭힘이 일었다. 서구의 주류 언론사들은 이 사건을 백인 남성 우월주의자들의 성 차별적 공격으로 규정했다. 김 회장은 “그 뒤 블리자드, 소니, 닌텐도 등 글로벌 게임 회사들은 공개 석상에서 ‘성차별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며 “‘차별주의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필요가 없다’고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장.

지난해 7월 미국에서는 게임회사가 온라인으로 직원을 괴롭힘 게임 이용자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승소하는 일도 있었다.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번지’의 일이다. 피고인 이용자는 익명의 휴대전화 번호로 직원에게 “게임에 유색인종만 살해되는 옵션을 만들라”는 음성메시지를 남기며 인종차별적인 요구를 했다. 1심 재판부는 이용자에게 50만달러(약 6억5950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2016년 넥슨 성우 교체 사건이 분기점이 됐다는 데는 동의했다. 윤 교수는 그 사건을 ‘왜곡된 소비자 운동의 성공’으로 정의했다. 단순히 해당 사건 때문에 페미니즘 백래시가 만연해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남성 이용자들에게 확실한 효능감을 심어준 사례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용자 정체성에서 소비자 정체성으로 바뀐 계기로, ‘내 돈 냈으니까 내 말 들어’라는 잘못된 논리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이 같은 소비자 운동에서 돈을 쓰는 사람과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동일하다는 보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즉, 확인되지 않은 소비력에 회사가 휘둘리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다. 그는 “게임회사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큰손 이용자들은 소비자 운동에 관심이 별로 없다”며 “게임회사들이 소수 남성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과대평가하고 있을 확률도 꽤 높다”고 했다. 윤 교수는 남성 이용자들의 과금, 소비력 등을 연구 중이며 내년 중순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회장도 “빈 수레가 요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남성 이용자들에 대항할 수 있는 구심점이 지금까지 부재했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됐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남성과 여성 이용자의 비율 차이를 보면, 오히려 양측 이견을 조율해서 둘 다 끌고 가려는 게 이윤을 내는 기업 입장에서도 맞다”고 설명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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