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19세 딸, 바리캉에 머리 밀린 채 감금”…전남친 측 “이미 벌어진 일인데 어쩌냐”

입력 : 2024-01-04 20:01:25 수정 : 2024-01-04 22:07:0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0대男, 7개 혐의로 구속기소…“강간 등 사실 아냐”
피해자 부모 “딸이 좋아서 했다니” 엄벌 촉구 서명
남자친구에게 데이트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의 머리 상태.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남자친구에게 감금돼 ‘바리캉’(이발기)으로 머리를 밀리고 성폭행 당했다는 피해 여성의 부모가 “가해자는 반성의 기미도 없다”며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4일 여성 인권 단체 한국여성의전화 등에 따르면 이른바 ‘바리캉 사건’ 피해자의 부모는 지난달 23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 서명을 받고 있다. 앞서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박옥희)는 지난달 19일 강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특수협박 등 7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가해자 A(25)씨의 3차 공판에 피해자 B(20)씨를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한 바 있다.

 

A씨는 지난해 7월7일부터 11일까지 당시 19세였던 여자친구 B씨를 경기 구리시 한 오피스텔에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이발기로 B씨의 머리를 삭발시키고 얼굴에 소변을 누거나 침을 뱉는 등 가혹 행위도 저질렀다. B씨는 11일 A씨가 잠든 틈에 부모에게 살려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구조됐다. A씨는 B씨가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여성의 부모는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범행을 저지르고도 가해자는 강간 혐의를 부정하기 위해 ‘피해자가 좋아서 하지 않았냐’ 등의 발언을 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B씨의 어머니인 C씨는 전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딸이 머리가 바리캉에 밀린 채 구조됐다. 제발 도와 달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며 서명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C씨는 “구조 당시의 딸아이는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머리는 바리캉으로 밀려 엉망이었고 수십대를 맞은 몸은 여기저기 멍투성이였다”며 “딸아이를 처음 발견한 소방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땐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이렇게 공포감에 질린 경우는 처음 봤다’는 구급대원의 말에 부모로서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죄책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키 190㎝가 넘는 A씨가 딸 B씨를 수차례 폭행했을 뿐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적인 행각을 했다”고도 했다. 그는 “(B씨가) 딸의 얼굴에 오줌을 싸고, 강아지 패드에 소변을 보게 하는 등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엽기적인 행동을 했다”며 “딸이 겪었다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범행 과정에서 A씨가 B씨를 협박한 정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어차피 우리 집은 돈 많고 너는 돈 없으니까 빵빵한 변호사 사서 길게 살아 봐야 1~2년 인데 내가 너 어떻게 안 하겠냐”며 “경찰이 오든 너희 부모가 오든 난 너 끝까지 따라가 죽일 거고 경찰이 너 보호 못해준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C씨는 “저희 딸이 원해서 한 짓이라며 대형 로펌 변호사 3명을 선임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며 “(C씨 측) 변호사들은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딸에게 입에 담기도 힘든 질문들을 3시간 넘게 하면서 2차 가해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판에서 저희 딸을 두 번 죽이던 질문들을 쏟아냈던 대형 로펌 변호사들은 제게 전화해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하겠느냐. 노여움을 풀어달라’고 말했다”면서 “본인들의 딸에게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노여움’이란 표현을 쓸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분개했다.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A씨 부모가 한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사람을 죽인 사건도 아니고, 도둑질도 아니다. 절대로 기사에 날 만큼 흉악범은 아니다”라고 말한 사실도 있다고 전했다. C씨는 서명 동참을 호소하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엄벌에 처해진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 측은 지난해 9월 열린 첫 공판에서 첫날 오전 폭행 등 일부 공소사실은 인정했으나, 강간이나 감금 등 대부분의 공소사실은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해 8월4일 구속 기소된 A씨의 형사소송법상 구속 기간(6개월)은 내달 3일까지로, 그 전 1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이 선고되지 않으면 A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지난달 피해자 신문을 마칠 예정이던 재판부는 B씨의 건강 악화를 고려해 다음 기일까지 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23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혜윤 '사랑스러운 볼하트'
  • 김혜윤 '사랑스러운 볼하트'
  • 채수빈 '매력적인 미소'
  • 조보아 '아름다운 미소'
  •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