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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다방 여주인 살해범’ 손톱 DNA에 딱 걸렸다

입력 : 2024-01-05 06:00:00 수정 : 2024-01-05 07: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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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2년 만에 50대男 검거

살해하고 시신에 하얀설탕 뿌려
CCTV 안잡혀 장기미제로 남아
감식기술 발달로 재감정 시도
확보 못한 유전자 정보 찾아내

12년 전 울산에서 다방 여주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울산경찰청은 경남 양산에서 A(55)씨를 검거해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울산 K다방 여주인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남성이다. K다방 여주인은 2012년 1월 시신에 흰색 설탕가루가 뿌려진 상태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수사 결과 세상에 드러난 이 사건은 ‘사이코패스’라는 범죄용어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부모를 잔혹하게 죽이고 흰색 가루를 뿌린, 영화 ‘공공의적’을 떠올리게 했다.

2012년 K다방 여주인 살인 사건이 발생한 울산 남구의 한 건물. 울산경찰청 제공

시신에 뿌려진 흰색 가루, 목이 졸린 흔적, 사라진 범인의 행적 등 물음표투성이인 살인사건. 그 전모가 12년 만에 밝혀진 것은 진화한 과학수사의 효과다.

 

2012년 1월9일 오후 9시쯤 울산 남구 한 건물 2층에 있는 K다방에 40대 A씨가 손님으로 들어섰다. 그는 이혼 후 조경현장 등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여관 생활을 하고 있었다. A씨는 여주인에게 성적 제안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자존심이 상한 A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여주인의 배를 걷어 찬 뒤 목을 졸랐다. 바닥에 깔린 여주인은 손톱으로 A씨의 손 부위를 긁으며 저항했지만 질식사했다. A씨는 테이블 위 놓인 설탕통을 집어들고 숨진 여주인 몸에 뿌렸다. 이어 그는 열쇠 뭉치를 챙겨들고 나와 출입문을 잠근 뒤 걸어서 인근 술집으로 가 술을 마셨다.

 

사건은 수사 초기부터 의문점이 많았다. 다방 내부에는 300여만원과 400여만원이 든 통장과 동전이 그대로였다. 금품을 노린 강도살인 사건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였다. 특별한 원한관계도 없었다. 여주인은 사건 발생 며칠 전 출입문 열쇠를 바꿔 달았는데, 새 열쇠 3개가 모두 사라졌다. 사건현장에서 범인이 열쇠를 모두 찾아 달아났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방 앞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도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망추정시간인 9일 오후 9시30분부터 10일 오전 6시30분까지 CCTV에 찍힌 인물들을 일일이 확인했다. 하지만 결국 범행이 누구의 소행인지 밝히지 못했다. 하필 CCTV는 회전식이었다. 동서남북으로 10초씩 화면을 촬영하며 돌아갔다. 한 번에 40초 정도 시간 차이가 나면서 일부 시간에 대한 기록이 남지 않았다. 그렇게 K다방 여주인 살해사건은 장기미제로 남았다.

다방 여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A씨가 체포됐다. 울산경찰청 제공

2019년 10월 울산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당시 발견된 유전정보 재감정을 의뢰했다. 유전정보는 여주인의 손톱에 남겨진 피부조직에서 나왔다. 2012년 과학수사 기법으로는 손톱에 남은 소량의 피부조직을 통해 유전자를 감식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과학수사 기술 발달로 재감정을 벌여 A씨 인적사항을 확인했다.

 

경찰은 A씨의 행적, 주변인 탐문, 통화내역, 금융거래 등을 통해 500여곳에서 증거를 수집했으며 300여명을 대상으로 촘촘한 저인망 수사를 벌였다. 마침내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7시쯤 경찰은 양산 한 여관에서 A씨를 검거했다. 범행 일체를 자백받아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경찰에서 “다방 여주인에게 성관계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홧김에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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