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제주 ‘불법촬영’ 사건 발생 고교, ‘교장 없는 졸업식’ 치러… 학생들이 거부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3-12-29 21:02:00 수정 : 2023-12-29 20:56:3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제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여자 화장실 불법촬영 사건이 발생해 학생들이 졸업식에 교장·교감의 참석을 거부한 가운데 실제 교장·교감이 없는 상태에서 졸업식이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제주 A고는 이날 교장과 교감이 없는 상태로 졸업식을 치렀다. 졸업장에서 교장의 실명도 삭제됐다. A고 학생회는 교장·교감이 화장실 불법촬영 사건 처리 과정에서 2차 가해를 저지르고 교사와 학생들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며 졸업식에 참석을 거부한 바 있다. A고 학생회가 최근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0.7%가 ‘학교 관리자(교장·교감)의 졸업식 미참석’, 63.1%가 ‘졸업장에 학교장의 실명 삭제’를 요구했다.

 

앞서 이 학교에서는 지난 10월 여교사 B씨가 화장실에서 불법촬영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경찰은 수사 초기 피해자 규모를 교사 10여명, 학생 40여명으로 발표했으나 이후 학교 외 공공장소 등에서 추가 피해자 150여명이 더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은 집단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하며 피해 회복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장·교감이 초기 사건 대응 시 피해자일 수도 있는 여성 담임교사에게 가해자인 학생 C군의 집 가정방문을 지시하고, 불법촬영 휴대전화를 최초 발견한 B씨와 C군이 한 교실에서 대면하는 상황을 방치하는 등 2차 가해를 유발했다는 입장이다. 중등교사노조는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하는 등 초기 대응을 해야 할 골든타임 기간 학생들이 수능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교사들과 보호자들에게도 사건 발생 사실을 알리지 않아 사건을 은폐하려 한 정황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29일 졸업식을 치른 A고 학생이 받은 졸업장. 교장의 이름이 빠져있다. 중등교사노조 제공

지난 18일에는 ‘‘불법촬영 피해 회복을 위한 공청회’가 진행됐으나 학생들은 교장·교감이 이 자리에서도 피해 교사와 학생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의 자세가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교장·교감은 ‘극심한 불안을 호소해 병가를 신청했으나 교감이 반려했다’는 등의 B씨 주장에 대해서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주현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해당 사건에 대한 두 관리자의 초기 대응 미흡 및 은폐 축소 정황이 밝혀지고 있다”며 “2백여명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가해자와 2차 가해를 유발한 관련자들은 그에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앞으로 이 사건에 대해 노조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