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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세에 흔들리는 경제·안보… 전 세계가 떨고 있다 [2024 신년기획-세계 리더십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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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01 17:21:49 수정 : 2024-01-05 15: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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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美 양당 첫 코커스·예비선거

유권자 39% 올 대선이슈로 ‘경제’ 꼽아
바이든 “바이드노믹스” 성과 강조 불구
지지율은 ‘30% 박스권’ 갇혀 캠프 고심
아들 특검 수사 등 악재 겹쳐 ‘사면초가’

트럼프 “투표 지키자”며 승기잡기 주력
여론조사 7곳 중 4곳서 바이든에 ‘우위’
사법리스크 약점… 헤일리 대안 급부상
무소속 케네디 등 잠룡들 돌풍 가능성
“다가오는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투표를 지키는 것(guard the vote)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일 공화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첫 번째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리는 아이오와주를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2020년 대선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둑맞았다’는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5일 아이오와주 공화당 코커스를 앞두고 지난해 12월13일, 19일 잇달아 이곳을 찾아 대선 초반 승기를 잡는 데 집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의 전쟁 난제 등 국제사회 문제에 공화당 다수 하원에서 가결된 자신에 대한 탄핵 조사 결의안, 탈세 혐의를 받는 아들에 대한 특별검사 수사 등 국내 악재까지 겹쳐 사면초가 상황이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약세를 면치 못하는 바이든 대통령이라 그의 ‘트럼프 복귀 저지’ 계획은 온통 먹구름투성이인 게 현재 스코어다. 2024년 11월5일 미국의 47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치러진다.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글로벌 안보·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지대한 만큼 세계 각국의 이목이 점차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상황대로라면 이번 선거는 ‘바이든 대 트럼프’, 전·현직 대통령의 ‘리턴매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직 대통령 ‘허공 악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4월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에 소재한 노스캐롤라이나 농업·기술주립대학에서 연설을 마친 뒤 허공을 향해 악수를 건네고 있다. 이 해프닝으로 대통령의 나이에 따른 건강 이상설이 재점화됐다. 트위터 캡처

민주당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일찌감치 재선 도전을 선언하면서 대항마가 없는 상황이다.

공화당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이미 4차례에 걸쳐 토론회를 했지만 민주당은 현재까지 토론회가 없었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

공화당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독주 중이다. 애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8명이 나섰던 당내 경선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팀 스콧 상원의원,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가 차례로 경선에서 중도 하차하고, 현재로선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가 남았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턴트가 발표한 여론조사(12월 15∼17일, 공화당 유권자 3547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려 66% 지지를 얻어, 각각 11%를 얻은 디샌티스 주지사와 헤일리 전 대사를 멀찍이 따돌렸다.

이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가 이번 대선 관전의 ‘클라이맥스’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는 조 바이든 행정부 대외 정책의 전면 재검토 및 대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 한국 등 주요 파트너국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내부적으로는 국민에게 인기가 없는 두 후보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미국 언론은 이를 ‘차악(次惡)’을 뽑는 대선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제3의 후보’ 등판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전통적으로 견고한 양당제를 구축한 미국 정치문화상 이를 단번에 깨기는 어려운 것이라 양당의 대선 일정도 본궤도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각 당은 이달 첫 코커스와 예비선거를 시작으로 선거인단 규모가 큰 10여개 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열리는 3월5일 ‘슈퍼 화요일’을 거쳐 각 당의 대선 후보가 선출되는 7월(공화당), 8월(민주당) 전당대회까지 장기 레이스에 돌입한다.

전직 대통령 ‘법정 공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7일 뉴욕주 대법원에서 열린 자산가치 조작 민사재판에 출석해 피고석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대선 행보 최대 복병은 이런 사법 리스크다. 뉴욕=UPI연합뉴스

◆유권자 40%, 경제가 가장 중요

2024년 미국 대선의 주요 쟁점은 뭐니 뭐니 해도 ‘경제’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해 10월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의 39%는 이번 대선에서 경제 이슈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짚었다. 9%로 공동 2위를 기록한 ‘이민’과 ‘민주주의’와는 30%포인트 차이가 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재선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그동안의 경제정책을 핵심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신의 이름인 바이든과 경제학을 의미하는 이코노믹스를 합친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를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하며 경제 성과를 유독 강조한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30% 박스권에 갇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재선 캠프 안팎에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공화당이 연일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실책을 파고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공화당은 정부가 내미는 경제지표와 국민이 실제 체감하는 경제에 간극이 있다고도 지적한다.

낙태 문제도 뜨겁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성의 자유와 권리를 강조하며 낙태 금지 법안 강화를 비판하고 있는 반면, 공화당의 경우 자당 주지사가 있는 주를 중심으로 낙태 금지 법안을 강화하며 대치하는 중이다.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낙태권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공화당의 반대로 총기 규제 법안이 처리되지 못해 총기 난사 사건이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있고,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불법이민과 범죄율 증가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여론조사는 트럼프가 싹쓸이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턴트가 미국 유권자 56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12월 15∼17일) 결과 오늘이 대선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가 44%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2%에 그쳤고,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10%, 모르겠다는 응답이 5%로 나타났다.

미 대선 관련 여론조사를 취합 공개하는 미 정치 분석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 따르면 7개 기관이 12월13일부터 12월19일까지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선 여론조사는 퀴니피액대가 발표한 여론조사로, 바이든 대통령이 47%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을 1%포인트 차로 따돌린 조사가 유일했다. 유고브·이코노미스트(12월 16∼18일), 유고브·야후뉴스(12월 14∼18일) 조사에서 전·현직 대통령이 동률을 기록했다. 나머지 4개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많게는 10%포인트(더불핀치그룹 조사)에서부터 2∼3%포인트를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7전 1승2무4패의 성적인 셈이다.

◆잠룡·제3후보 기지개 켤까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각 고령과 사법 리스크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81세로 재선 임기가 끝나면 86세가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91개 범죄 혐의로 4번 기소됐다. 두 후보의 리스크가 큰 만큼 빈자리를 노리는 잠룡들도 급부상하고 있다.

공화당에선 헤일리 전 대사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는 최근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디샌티스 주지사를 제치고 가장 유력한 트럼프의 대안 후보로 떠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헤일리는 18%의 지지율을 기록, 디샌티스(7%)를 크게 따돌리며 트럼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도 선전하면서 본선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바이든 대통령을 따돌리기도 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민주당의 잠룡이다. 그는 아직 바이든의 재선 도전을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최근 디샌티스 주지사와 토론회에서 선전하며 주목을 받았다.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도 변수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여론조사(12월 5∼11일, 유권자 4411명 대상)에서 케네디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3자 대결에서 무려 16%를 득표하는 저력을 나타냈다. 중도 성향의 정치 단체 ‘노레이블’(No Labels)에서도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 등의 제3지대 후보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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