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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속 어린 딸 안고 4층 뛰어내린 아빠 직업은 약사… “법 없이도 살 만큼 착했는데”

입력 : 2023-12-27 10:11:09 수정 : 2023-12-27 10: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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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로 숨진 30대 남성 박모씨 빈소에 애도의 발길 이어져
불 시작된 301호 작은방에선 담배꽁초와 라이터 발견돼
연합뉴스

 

“재작년에 약사가 됐고, 늘 솔선수범하고 남을 돕고 정말 법 없이도 살 아이였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병원에 지난 25일 새벽 불이 난 아파트 4층에서 돌도 안 된 딸을 가슴에 안고 뛰어내려 숨진 박모(33)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이날 조선일보에 따르면 빈소 앞에는 유가족 이름으로 “사랑하는 ○○! 짧은 생 멋있게 살다 간다”라고 적힌 조화가 놓여있었다.

 

고인의 큰아버지라고 밝힌 유가족은 매체에 “어제 (사고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가장 예뻐하던 조카였는데…”라고 말하다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조카가) 재작년에 약사가 됐다. 늘 솔선수범하고 남을 돕고 정말 법 없이도 살 아이였다”라고 회상했다.

 

박씨는 서울 모 대학 약학과 출신으로 재작년부터 약사로 일해왔다. 대학 시절엔 과대표와 학생회장을 지냈다고 한다. 그의 후배는 “(고인은) 리더십 있고 자상하던 선배였고, 평소 후배들이 무척 아끼고 따랐다”고 전했다.

 

성탄절인 지난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아파트에 불이 나 2명이 사망하고 2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박씨 가족은 최초 발화 지점인 3층 바로 위인 4층에 거주하고 있었다.

 

박씨는 3층에서 난 불이 빠르게 위층으로 번지자 아파트 경비원들이 주민들의 대피를 돕기 위해 가져다 놓은 재활용 포대 위로 2세 딸을 던진 뒤 7개월짜리 딸을 안고 뛰어내렸다.

 

둘째 딸은 이불에 꽁꽁 싸맨 덕에 생명에 지장이 없었지만, 박씨는 포대가 아닌 바닥에 떨어져 머리를 크게 다치면서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박씨의 직접 사인이 ‘추락에 의한 여러 둔력 손상’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을 내놓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불이 처음으로 발생한 곳으로 추정되는 301호 작은방에서는 담배꽁초와 라이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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