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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개정된 軍 정신전력교재…정권 입맛에 맞는 역사관 그대로 투영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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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26 21:00:17 수정 : 2023-12-26 21: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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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혜안의 지도자’라고 묘사하고 권위주의 정부의 과오를 축소하는 내용의 장병 정신전력교육 교재를 발간했다. 현 정부의 입맛에 맞는 역사관을 교재에 그대로 투영했다는 평가다. 

 

26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달 말 전군에 배포되는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는 국가관, 대적관, 군인정신 등 3개 분야로 구분돼 있다.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는 5년마다 개편되며 장병 정신전력 교육 시 활용된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국방부 제공

정권이 바뀌고 새롭게 개편된 이번 교재에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명백한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부활했고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고 북한의 3대 세습과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을 ‘내부 위협세력’으로 명시하는 표현도 등장했다. 기존 정신전력 교재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 등에서 ‘반국가세력’의 위험성을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하다.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야당이나 시민단체 등에도 내부 위협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특히 현 정부의 기조나 역사관만을 일방적으로 기술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나온다. 기존 교재에서는 특정 대통령에 대한 표현은 없었으나 이번 교재에는 유독 이승만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유일하게 언급된다. 교재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광복 후 귀국해 자유주의 진영의 지도자로 활동했다” “공산주의 정치세력과는 일절 타협을 거부했고” “한반도의 공산화를 저지했다” 등의 표현이 나온다. 대한민국 국민이 진정한 자유와 평화 번영의 가치를 누리게 된 것은 이 전 대통령의 혜안과 정치적 결단이라고 서술한 것이다. 그러나 사사오입 개헌, 3·15 부정선거, 4·19 혁명 등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과오는 등장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신군부 등 군이 일으킨 쿠데타를 통해 탄생한 권위주의 정부의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대한 부분 대폭 축소된 부분이 눈에 띈다. 교재에는 당시 일어나 군사독재 등에 대해서는 “북한이 일으킨 6·25 전쟁과 계속되는 군사적 도발로 반공 의식이 강화되었고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과오도 발생했다”는 표현으로 축약해 기술했다. 

 

다만 국방부는 이에 대해 특정 인물에 대한 미화한 것은 아니고 장병들의 올바른 대적관 확립을 위한 교재라고 설명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장병 정신전력 교재에 특정 인물에 대한 미화나 찬양은 있을 수 없다”며 “한반도 전체의 공산화를 저지하고 민주적 절차를 거쳐서 유엔으로부터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 승인을 받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 세부적으로 기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의 위협세력이란 표현에 대해서도 “건전한 조언을 하는 진보진영, 그 진영을 마치 내부 위협세력으로 지적하는 거 아니냐고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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