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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12월7일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의 화염은 태평양으로 옮겨붙었다. 일격을 당한 미군은 이듬해 5월 호주 북동부 산호해(Coral Sea)에서 다시 일본과 맞붙는다. 역사상 첫 항공모함 결전이다. 전투는 격렬했고 쌍방은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참전했던 미국의 주력 항공모함 요크타운 역시 만신창이가 된 채로 진주만으로 복귀했다.

당시 피해 보고서는 요크타운이 다시 전투에 나서려면 90일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어떤 수를 강구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수리를 마치라”는 체스터 니미츠 제독의 지시는 추상같았다. 여기에 밤낮 가리지 않은 선원과 숙련공들 노력 덕분에 요크타운은 이틀 만에 기적을 일궈냈다. 그러고는 곧바로 미드웨이 해전에 투입된다. 비록 일본 잠수함의 어뢰 공격에 수장되긴 했으나 미군이 일본 항공모함 세 척을 파괴하며, 태평양 전쟁의 판세를 바꾸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미군은 2년 뒤 동명의 요크타운 항모를 다시 진수했다.

칠천량 해전. 임진왜란·정유재란 가운데 유일하게 조선 수군이 패배한 해전이다. 조선 삼도 수군이 무너지고 일본군은 남해 일원의 제해권을 일시 장악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영화 ‘노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원균의 휘하에서 칠천량 해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전라우수사 이억기 장군의 판옥선을 발견하고는 대장선으로 삼아 노량해전에 출전한다. 칠천량 해전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적이 유린한 함정을 복구 또는 재차 진수한다는 것은 적에 대항하겠다는 결기와 능력을 한꺼번에 드러내 보이는 행동이다. 2010년 3월 북한의 어뢰 공격에 침몰했던 초계함 천안함이 지난 23일 대잠수함 능력을 갖춘 신형 호위함으로 서해 수호 임무에 투입됐다. 13년 만의 부활이다. 당시 반 토막이 난 채 인양된 천안함의 충격적 모습은 아직도 국민들 뇌리에 선하다. 이후 불거진 남남갈등까지 상흔은 오래 남았다. 지금도 남북 간 대치 국면은 그대로다. 9·19 남북 군사 합의 파기 후 북한이 도발을 공언해 일촉즉발 상황이다. 북한의 예측 불가 도발에 대한 대비태세는 기본이다. 또다시 피격의 아픔을 반복한다면 전사한 천안함 46용사 얼굴을 볼 낯이 없지 않겠나.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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