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괴짜 철학자, 늑대로부터 인간과 삶의 의미 배우다

입력 : 2023-12-22 23:00:00 수정 : 2023-12-22 19:39:4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철학자와 늑대/마크 롤랜즈/강수희 옮김/추수밭/1만5000원

 

27세에 교수가 된 한 괴짜 철학자는 우연히 새끼 늑대 판매 광고를 보고 늑대 구경을 갔다가 늑대를 입양한다. 부드러운 털 뭉치, 커다란 앞발, 꿀처럼 어두운 노란색 눈에 반한 것이다. 그리고 지성(철학자)과 야성(늑대)의 기묘한 ‘동거’는 11년간 이어졌다.

늑대의 이름은 브레닌. 당시는 1990년대 말, 미국에서 야생 늑대가 사라지던 시기였던 만큼 브레닌은 ‘개(말라뮤트)’로 정체성을 숨기며 살았다.

마크 롤랜즈/강수희 옮김/추수밭/1만5000원

브레닌은 인간의 세계에 거뜬히 적응했다. 하루 30분씩 한 훈련 4일 만에, 목줄 없이도 철학자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걷기’가 가능해졌다. 대학 강의실, 도로, 쇼핑센터, 비행기, 페리 갑판 등 브레닌은 인간세계를 휘젓고 다녔다.

사람들의 관심은 야생의 동물이 인간의 ‘애완동물화’하는 과정에 있겠지만, 철학자는 달랐다. 늑대에게서 삶의 의미를 배우는 자신을 발견한다. 언덕에서 토끼를 쫓는 데 집중하고, 사람이 건넨 빵 조각에 한결같이 기뻐하는 늑대를 보며 삶의 의미, 행복의 의미를 다시금 깨달았다는 것이다. 인간은 삶을 과거에서 미래로 연결되는 하나의 선으로 상정하고 그 선위를 달려가며, 특정한 감정을 행복으로 여기고 늘 만족스러운 상태를 찾아 헤매면서 행복하지 못한 상태를 지속한다. 그러나 늑대에게 시간은 순간의 연속이다. 그들에게 행복은 항상 똑같은 것이 영원히 반복되는 것으로 매 순간 그 자체로 완벽함을 유지했다. 또 이익을 계산하고, 사회적인 계약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인간과 달리 늑대는 욕망에 솔직하고 거짓말하지 않고 신의에 의해 관계를 만들었다.

‘철학자와 늑대’는 그렇게 늑대와 대비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비추는 한편 우리 영혼 속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속도나 지구력 등 다른 동물이 진화의 결과물로 얻은 장점보다 인간의 이성만이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동물의 삶의 방식도 ‘인간의 기준’에서 판단해버린다. 저자가 꼬집는 인간의 오만함이다.

철학자는 늑대를 길들이는 동시에 길들여지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늑대에게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인간은 무엇인지에 대해 배웠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도 한때 길들지 않은 동물이었다”며 세상에 길들여져 자신의 참모습을 잃어버린 사람들 내면에 잠든 야성의 눈을 일깨운다.

일기처럼 편안하게 읽기 쉽게 쓰였지만 사유의 깊이는 깊다. 출간 이후 유럽 아마존 6년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15개국에서 번역 출간되기도 한 이유다. 출간 12주년을 기념해 재출간됐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천우희 '매력적인 포즈'
  • 수지 '하트 여신'
  • 탕웨이 '순백의 여신'
  • 트리플에스 코토네 '예쁨 폭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