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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단어로 112신고… 마약사범 잡은 택시기사·접수요원의 ‘찰떡 공조’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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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22 14:30:00 수정 : 2023-12-23 02: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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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픽업할 거지?” “너희 회사 쪽으로 갈게”
‘던지기’ 마약사범 잡은 택시기사의 ‘기지’

“택시 색상을 과일 색으로, (범인의) 옷 색깔은 날씨에 비유해 달라.” (112 치안종합상황실)

 

이른바 ‘던지기’(특정 장소에 물건을 놓으면 찾아가는 방식) 수법으로 전달된 필로폰을 습득한 중국 국적의 30대 마약사범이 택시기사의 ‘기지’ 덕분에 검거됐다. 40대 택시기사는 “너희 회사 쪽으로 갈게”라며 엉뚱한 말을 쏟아냈고, 전화신고를 받은 접수요원은 이를 찰떡같이 알아들어 공조를 이뤄냈다.

 

22일 경기남부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7시8분 잘못 걸려 온 듯한 전화가 112 신고센터에 접수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전화를 건 택시기사 A씨는 대뜸 “응. 나 픽업하러 올 거지?”라고 말을 꺼낸 뒤 “너희 회사는 수원역에 있잖아”라며 대화를 이어갔다. 

 

엉뚱한 신고를 접수한 경기남부청 상황1팀 이준영 경사는 곧바로 이상함을 감지했다. “이 경사는 혹시 위급한 상황에 있느냐. ‘응, 아니’로 대답해 달라”고 했고, A씨는 “응”이라고 답했다.

 

이 경사는 A씨가 말한 ‘픽업’을 경찰관 출동 요청으로, ‘수원역’을 수원역 앞에 있는 매산지구대로 이해했다. 이어 곧바로 코드0(CODE 0·위급사항의 최고 단계)을 발령하면서 공청(모든 요원이 신고접수 상황을 공동으로 청취하는 것)으로 전환했다.

 

A씨는 차량 번호를 얘기하고는 ‘드럭’(drug·약물)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마약사범으로 의심되는 손님이 택시에 탑승했음을 알리기도 했다.

 

A씨의 안전을 걱정한 이 경사는 “억지로 범인을 잡을 필요는 없다. 위급 상황이 생기면 대처하려고 하지 말고 범인을 그대로 내려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시 색상을 과일 색으로, 범인의 옷 색깔을 날씨에 비유해 달라며 정차 전 비상등을 켜달라고 요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후 A씨는 택시를 몰아 수원역 앞 매산지구대 쪽으로 가 정차했고, 미리 대기하던 경찰관들은 오후 7시24분 중국 국적의 30대 마약사범 B씨를 검거했다. 

 

조사결과, B씨는 필로폰 0.6g을 소지하고 있었다. 앞서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으로 마약을 구매해 던지기 수법으로 전달받았다고 실토했다. 경찰은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B씨를 입건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A씨는 경찰에서 “당초 수원역에서 택시를 탄 B씨가 시흥의 한 다세대 주택으로 가자고 해서 데려다줬더니, ‘잠시만 기다려라’라고 말한 뒤 우편함에서 물건만 쏙 빼내 다시 택시에 탑승해 수원역에 가자고 하더라”라며 “언론 등을 통해 알려졌던 마약사범들의 던지기 수법이 의심돼 112에 신고한 것”이라고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택시기사의 기지 발휘와 신고접수 요원의 철저한 대응, 지구대 경찰관들의 신속한 대처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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