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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새 정부, 페소화 50% 평가절하

입력 : 2023-12-13 19:50:56 수정 : 2023-12-13 22: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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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이 대통령 취임 첫 ‘극약 처방’

달러당 365페소→800페소 조정
교통보조금 등 공공지출도 삭감
“이젠 재정적자 중독서 벗어나야”

연간 140%에 이르는 인플레이션 등 극심한 경제난 속에 출범한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가 페소화 50% 평가절하와 공공지출 삭감 등의 처방을 내놨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루이스 카푸토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은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틀 만인 12일(현지시간) 방송을 통해 재정 적자 해결을 위한 10가지 ‘경제 비상 조처’를 발표했다. 외신들은 특히 새 정부가 현재 달러당 365페소 수준인 환율을 800페소로 조정한 데 주목했다. 현지 일간 라나시온은 ‘강력한 평가절하’라고 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연방의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군중 앞에서 취임 연설을 하면서 손짓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카푸토 장관은 이와 관련해 “이대로 가면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며 “아르헨티나는 지난 123년 중 113년간 재정 적자를 겪었다. 이제는 재정 적자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은행이 최근 수년간 재정 적자를 막으려고 더 많은 페소화를 발행, 자금을 조달하면서 물가가 급등한 만큼 페소 가치를 공식 환율에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공식 환율은 달러당 1070페소인 암시장 환율에 못 미친다.

이밖에 카푸토 장관은 “더는 돈이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에너지·교통 보조금 삭감, 신규 공공사업 중단, 중앙정부 재정 지방 이전 최소화 등의 계획을 내놨다. 그는 서민·청년층의 반발을 의식한 듯 “보조금은 공짜가 아니다”라며 “마트에서 인상된 가격으로 사람들의 교통비를 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보편적 아동수당은 2배로 인상하고 전 국민의 40%에 해당하는 빈곤층에 제공하는 식료품 카드 지원도 1.5배 늘리기로 했다.

아르헨티나 길거리에서 "돈이 없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팔고 있다. 연합뉴스

아르헨티나에 430억달러(약 56조7000억원)를 빌려준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대책이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고 외환 체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공공 재정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 대담한 초기 조처”라며 환영했다.

자칭 ‘무정부주의 자본주의자’인 밀레이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아르헨티나에 ‘전기톱’을 들이대겠다며 페소화 폐지, 중앙은행 폐쇄 등 급진적 충격 요법을 공언했으나, 대선 승리 이후 한층 온건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선거 기간 “공산당과는 절대 거래하지 않는다”며 중국 등에 강경한 태도에서 보였던 밀레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50억달러(6조5950억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갱신에 도움을 청하는 친서를 보내는 등 중국에 SOS를 요청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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