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폐지 등 공약 언급 안해
비서실장에 여동생 카리나 임명
극심한 경제난 속에 당선된 아르헨티나의 새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53)가 1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갖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후보 시절 중앙은행 폐지, 법정화폐 달러화 도입 등 파격적인 공약과 거침없는 언사로 표를 끌어모은 밀레이 대통령은 정작 취임사에선 논란의 공약 실천 계획 대신 강력한 긴축 정책을 통한 경제 재건을 모토로 내세웠다.
현지 일간 라 나시온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이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연방 의회에서 취임선서를 했다. 선서를 마친 그는 바로 대중 연설을 위해 연방 의회 앞 광장으로 향했다.
연설에서 밀레이 대통령은 강력한 경제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아르헨티나는 연간 1만5000% 상승률에 달하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하는 공공 부문 지출 삭감을 포함한 강력한 구조 개혁을 예고하며 “국가 재건을 위한 여정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정부 부처를 기존 18개에서 9개로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긴급 대통령령에 서명하면서 재정 긴축의 첫발을 내디뎠다. 사회개발부와 노동사회보장부, 공공사업부, 환경부 등 직전 좌파 정부에서 영향력이 컸던 행정 조직이 대거 사라졌다.
후보 시절 내세웠던 달러화와 중앙은행 폐지는 취임사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밀레이 대통령이 극단적인 자유주의 경제 정책 등을 당선 이후 철회한 점에 주목했다.
이날 밀레이 대통령은 의회에서 대통령궁으로 가는 카퍼레이드를 하면서 여동생 카리나 밀레이를 영부인 자리에 세웠다. 타로 역술가로 알려진 카리나는 밀레이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비선 실세’라는 평가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행사 직후 카리나를 비서실장에 전격 임명했다. 현지 일간 클라린은 배우자를 포함한 친족을 대통령실과 부처를 포함한 공직에 들일 수는 없다는 기존 규정을 대통령실에서 폐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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