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새벽 근무 거부한 워킹맘에 ‘본채용 거절’ 통보…法 “부당”

입력 : 2023-12-11 00:01:05 수정 : 2023-12-10 17:19:3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일‧가정 양립 지원 위한 배려의무' 인정된다는 것 최초로 인정한 판결

워킹맘이 어린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새벽 근무를 거부했다고 본채용을 거절한 것은 부당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사업주에게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배려의무'가 인정된다는 것을 최초로 인정한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M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8년9개월간 일한 일근직(오전 9시~오후 6시) 근로자로 6살·1살 자녀를 키우고 있었다. 그는 2017년 4월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을 승계한 새로운 도로관리용역업체인 M사와 시용계약을 맺었다. 시용계약은 수습기간을 거쳐 본채용이 적절하지 않을 경우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A씨는 시용기간 중 기존과 달리 초번 근무(매월 약 3~5회 서는 오전 6시~오후 3시 근무)와 공휴일 근무 지시를 받았지만 거부했다. M사는 3개월 시용기간이 끝난 뒤 초번 근무 거부와 공휴일 무단결근을 이유로 A씨에게 본채용 거부통보를 했다.

 

A씨는 "본채용 거부통보는 부당해고나 마찬가지"라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본채용 거부에 합리적 이유가 없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M사는 중앙노동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달리 2심은 "본채용 거부통보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M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M사 패소 취지로 다시 판단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도 A씨가 어린 자녀를 키운다는 사정만으로 근로계약상 인정되는 초번 근무나 공휴일 근무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자녀 양육에 따른 근무상 어려움을 근로자 개인이 전적으로 감당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사업주에게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배려 의무가 있다고 봤다.

 

사업주가 부담하는 배려 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고려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M사가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고 본채용을 거부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이 '신규채용'이 아닌 8년9개월간의 고용이 실질적으로 끝나는 성격이라는 점을 짚었다. 본채용 거부통보의 합리적 이유를 신규채용 사안보다 더 엄격하게 본 것이다.

 

대법원은 "M사는 A씨가 아이를 보육시설에 등원시켜야 하는 평일 오전 이른 시간이나 공휴일에 근무해야 할 경우 양육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수년간 지속해 온 근무형태를 갑작스럽게 바꿔 공휴일에 매번 출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A씨의 자녀 양육에 큰 저해가 된다"며 "반면 M사에는 A씨에게 공휴일 근무를 지시해야 할 경영상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향후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고 일‧가정 양립이라는 가치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근로조건과 노사관계가 형성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판결의미를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아이브 장원영 '빛나는 미모'
  • 트리플에스 지우 '매력적인 눈빛'
  • (여자)이이들 미연 '순백의 여신'
  • 전소니 '따뜻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