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칼로 고기의 뼈와 살을 예리하게 잘라내는 사람들이 있다. 농협유통 축산사업부 청주미트센터에서 만난 육류 발골·정형 기술사들이다.

청주미트센터는 농협유통이 운영하는 육류 가공 공장이다. 지육 상태에서 고기와 뼈, 지방을 발라내는 작업을 하는 1차가공장과 부위별 소분포장 작업을 하는 2차가공장이 갖춰져 있다. 1일 최대 한우 50두와 돈육 100두를 가공할 수 있다.




충북 음성축산물공판장에서 도축한 소의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지육(枝肉) 상태로 센터에 입고된다.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분 도체(소를 네 부분으로 나눈 것) 상태의 한우 지육들이 고리에 걸린 채 천장 현수 레일을 통해 센터 지육예냉실로 옮겨진다. 사분 도체라 해도 그 중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지육을 옮기는 작업할 때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지육은 섭씨 5도 이하 예냉실에서 냉(冷)을 입히기 위해 하룻밤을 보낸다. 이런 숙성과정을 거쳐야 마블링이 살아나고 육질이 단단해져 작업하기 수월하다.
이튿날 아침, 작업이 시작되자 1차가공장 12명의 기술사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자신이 맡은 부위에 따라 사골과 등뼈, 갈비뼈 등을 해체한다. 과정마다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다. 작업도구는 칼 한 자루 뿐이다. 용도에 따라 칼의 모양이 조금 다르다. 발골용 칼은 길이가 짧고, 얇으며 날카로운 것이 특징이다. 반면 정형칼은 두껍고 넓다. 작업은 뼈를 골라내고 고기에 붙은 지방을 제거하는 순으로 진행한다. 그런 다음 부위별로 구분해서 소포장 한다. 이렇게 소포장된 소고기들은 각 판매장으로 향한다. 제거된 지방은 계약된 회사에서 수거해 화장품 원료 등으로 사용한다.





지육에서 뼈와 살을 발라내는 것을 ‘발골’이라고 한다. 힘과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다. 보이지 않는 곳의 뼈와 살은 칼끝의 감으로 잘라내야 한다. 부위마다 칼이 닿는 순서와 길이 정해져 있다. 다른 부위를 침범하지 않고 고유의 부위만 잘라내는 것이 기술이다. 뼈와 밀착한 고기를 꼼꼼하게 골라내야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부위별로 가격이 다르게 매겨져 수율(收率)이 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사들이 처음부터 가격이 비싼 소고기 부위를 해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2명 기술사 중 가장 비싼 부위인 등심을 발골할 수 있는 사람은 단 2명뿐 이다. 발골 작업 26년 차인 안종찬(49) 반장은 “처음 배울 때는 돼지고기 작업만 3년간 했다. 그 후로 소고기 부위마다 칼집을 내 발골하기 편하게 하는 준비 작업을 했다. 그런 다음 비교적 저렴한 앞다리, 뒷다리부터 고가인 채끝, 등심 순으로 작업을 배워나갔다. 이 과정을 배우는데 5~6년이 걸렸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하루 종일 작업하다 보면 손목에서 시작된 통증이 어느새 팔과 어깨로 전해진다. 다치기도 한다. 힘든 일이라 배우려는 사람도 없고, 일할 사람도 구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청주미트센터 발골 기술사들은 최상의 육질을 지키기 위해 노련하고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작업을 이어나갔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항상 서늘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발골·정형 작업장에서 수백 Kg짜리 고깃덩어리를 다루는 이들의 얼굴에 금세 땀방울이 맺혔다. 칼자루에 혼을 싣는 이들의 노력이 있어 우리들은 식탁에서 맛있는 소와 돼지고기를 맛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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