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개근하는 아이들을 여행을 못 가는 거라고 비하하는 ‘개근거지’라는 말까지 나왔겠어요”
보건복지부가 저출산 원인과 대응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7일 서울 서초구 아지토리에서 열린 ‘패밀리스토밍’ 행사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6쌍의 ‘무자녀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많은 참석자들이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분위기를 꼽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참가자 A씨는 “돌잔치에서 아이가 걷는지부터 시작해서 학교와 직장까지 계속 비교한다. 그 무한경쟁에 부모로서 참전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 성적은 곧 부모 성적표다. 지금은 학력 수준이 높아진 부모들 경쟁심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나친 경쟁은 경제적 여건에 대한 민감함으로 이어진다. ‘아이가 기가 죽지 않도록 무리해서라도 외제차로 바꾼다는 부모들이 있어 걱정이다’, ‘차가 두세 대씩 있는 집들을 보다 보니 ‘우리도 세 대는 있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
참가자 B씨는 “사람들이 비교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개인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기준치를 점점 높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긴 근로 시간과 열악한 보육 환경도 거론됐다. C씨는 “맞벌이하는 부부인데 집에 오면 잠만 겨우 자고 주로 외식을 한다”며 “아이를 돌봐주지 못할 것 같은데 나를 원망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좋은 어린이집 찾기가 너무 힘들다”, “야간근무나 교대근무라도 하면 아이를 아무 데도 맡길 수 없다”는 호소도 전해졌다.
행사를 주재한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선택은 치열한 고민의 결과”라며 “저출산으로 우리나라가 서서히 끓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되지 않도록 참가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신속하게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출생아 수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숫자인 17만7000명을 기록했다. 1~3분기 기준 출생아 수는 1981년 60만명 대(65만7000명)에서에서 지난해 10만명 대(19만3000명)으로 내려앉았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올해 3분기 0.70명으로 1년 전보다 0.10명 줄어 들었다. 4분기에는 0.60명 대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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