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이라 못 잡는다’ 단호하게 말해. 울면서 가해자에 연락”
“수사 과정이 더 트라우마 돼. 피해자들이 모든 걸 감당하게 만든다”

지인의 사진에 나체사진을 합성하는 등 성적으로 괴롭히는 ‘지인 능욕’ 범죄가 청소년들에게 퍼질만큼 기승을 부리는데도 수사는 오리무중이라 피해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지인 능욕 등 온라인 성범죄는 대부분 해외에 기반을 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벌어지고 있다.
4일 SBS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대학생인 여성 A씨의 SNS에 낯선 이들의 성희롱 메시지가 쏟아졌다.
누군가 A씨 사진과 이름, 사는 곳 등을 이른바 ‘지인 능욕’ 텔레그램 방에 올리면서 A씨의 신상이 퍼진 것이다. A씨가 직접 확인해보니 해당 방에는 1000명이 넘게 모여 있었고, 수많은 여성 정보와 나체 합성사진을 만들어준다는 글도 잔뜩 있었다.
A씨는 “(지인들을) 다 의심하게 되더라. 혹시 나를 알고 있나 싶어서 불안해서 숨으려고 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텔레그램 ‘지인 능욕’의 또 다른 피해 여성 B씨는 “나의 모든 일상이 그냥 그들에게는 포르노처럼 그렇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두 사람이 들은 대답은 ‘잡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외국계 기업이라 못 잡는다’는 말을 들은 A씨는 혼자 가해자와 접촉해 모욕적인 말을 견디며 신원을 특정해 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B씨도 가까스로 의심되는 인물을 찾아 경찰에 알렸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는 종결됐다.
B씨는 “수사 과정이 (범행보다)훨씬 더 트라우마가 심했다. 피해자들이 모든 걸 감당하게 만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2월 원주 MBC는 친구들로부터 ‘너의 나체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는 말을 들은 중학교 1학년 C양의 피해를 전했다. 비슷한 피해를 입은 고등학생 D양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사진을 더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1년 넘게 가해자 검거는커녕 수사 관련 소식도 듣지 못했다.
지난 7월부터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유포하거나 지인 능욕방 개설, 유명인 사칭 SNS 이용 시 처벌을 받지만, 실제로 범인을 잡는 경우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런 범죄들이 대부분 해외에 기반을 둔 SNS를 통해 이뤄지는데, 해외 업체들이 인적 사항 확인 등 수사 협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
N번방 사태를 계기로 지난 2020년 불법합성물 등에 대한 경각심은 커졌지만 사실상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 이에 아동 청소년 범죄에 허용되는 ‘위장 수사’를 확대 적용해 수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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