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예정자 중 5명이 진보 성향 분류
尹정부서 중도·보수 법관 임명 잇따라
曺는 “대법관 구성 다양화 노력하겠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될 경우 대법원 이념 지형은 중도·보수 쪽으로 무게중심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조 후보자는 대법원 구성이 보수화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다양한 가치관이나 철학을 가진 대법관을 임명제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취임할 경우 임기 중 9명의 대법관이 교체된다. 대법원장 임기는 6년이지만 조 후보자는 3년 6개월 뒤인 2027년 6월 정년(70세)이 도래한다. 그 사이 안철상·민유숙·김선수·노정희·이동원·김상환·노태악·이흥구·천대엽 대법관이 퇴임하는데 이 중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대법관은 과반인 5명(민유숙·김선수·노정희·김상환·이흥구)이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속속 중도·보수 성향 법관으로 교체되고 있다. 올해 7월 퇴임한 박정화·조재연 대법관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됐는데 이들 자리에는 중도 성향의 서경환·권영준 대법관이 임명됐다. 이로 인해 ‘진보 7 대 중도·보수 6’(법원행정처장 제외)이던 ‘진보 과반’의 대법원은 ‘중도·보수 7 대 진보 6’으로 역전됐다.
여기에 김명수 전 대법원장(9월 퇴임) 후임으로 보수 성향의 조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대법원의 보수 색채는 좀더 강화할 전망이다. 대법원장이 차기 대법관을 제청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을 맡는 점, 일선 판사의 임명권을 갖는다는 점에서도 이런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
김 전 대법원장 재임 6년 기간 대법원은 진보와 보수 성향 대법관들간 의견 차이가 더 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당 기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가운데 대법관 전원일치 판결 비율은 전임 이용훈 사법부나 양승태 사법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 후보자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후보자는 향후 보수 성향의 법관이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법관을 중심으로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국회 서면 질의에서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가치 기준을 정립하고, 다양한 계층의 갈등을 조정해야 하며,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면서 “대법관 구성에 있어서 다양성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론 성별이나 출신 지역, 학교 또는 직역 등을 고려해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기준을 절대적인 것으로 삼기보다는 사회나 개별 사건을 바라보는 각자의 가치관이나 철학이 보다 강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후보자는 지난 9일에도 대법원의 보수화 우려에 대해 “한평생 법관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항상 중도의 길을 걷고자 노력했다”고 일축한 바 있다.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권한이 있지만,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과 이를 조율하는 것은 또 다른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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