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태평양 타라와 전투 당시 숨져
유해 신원 확인돼 80년 만에 고국으로
“지금이라도 아버지를 선산에 모시게 돼 평생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린 것 같아 더없이 기쁩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돼 숨진 고(故) 최병연씨의 차남 최금수(81)씨가 밝힌 소감 일부다. 태평양 격전지에서 신원이 확인된 유일한 한국인인 최씨의 유해가 8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인 최씨는 1943년 태평양 타라와 섬(현 키리바시 공화국 수도)에서 미군과 일본군 간에 벌어진 타라와 전투 당시 목숨을 잃었다. 타라와 전투에서는 6000명 넘게 전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측 자료에 의하면 일제에 의해 타라와 섬으로 끌려가 노역 등에 종사하던 한국인 1000여명이 숨졌다.
미국은 타라와 섬에서 발굴된 신원미상의 유해 가운데 아시아계로 추정되는 희생자의 유전자(DNA) 정보를 놓고서 2019년 한국과 교차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최씨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정부는 그 직후 최씨 유해의 국내 봉환을 추진하고 나섰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키리바시 공화국의 국경이 봉쇄되는 바람에 4년이 지나서야 봉환이 가능해졌다.
최씨 유해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봉환돼 귀향식이 열렸다. 4일 추도식 개최 후 고향인 전남 영광으로 운구돼 선산에서 영면에 든다.
고인의 차남 최금수씨는 “아버지가 타라와에 강제동원되신 지 1년 만에 전사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80년 만에 기적적으로 아버지를 유해로나마 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유족을 위로하며 “강제동원 희생자의 유해 봉환은 국가의 책무이자, 가슴 아픈 역사를 치유하기 위한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마지막 한 분의 유해를 봉환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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