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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건네는 ‘힐링소설’ 대세… 세계무대 K문학 위상 공고히 [S 스토리-2023 한국문학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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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02 21:00:00 수정 : 2023-12-07 13: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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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시집 출간 2022년보다 줄어… 2040 여성독자들 시장 좌우
‘위로’ 테마 두드러져… ‘불편한 편의점’ 강세 속 단편도 인기

시 분야, 나태주 등 기성작가 1∼3위… MZ세대 신간도 주목
한강 ‘메디치상’ 등 잇단 국제 문학상 수상·노미네이트 활발

부커상에 이어 프랑스 메디치상까지 거머쥐며 한국문학의 기수가 된 한강, ‘불편한 편의점’ 신드롬을 일으키며 대중의 힐링 감수성을 자극한 김호연, 새 세대의 감수성을 저격한 젊은 작가 최은영과 김초엽, 불굴의 작가정신을 보여준 현기영과 조정래, 황석영 작가까지….

 

한국문학은 2023년에도 이들 작가들을 앞세워 다양한 작품과 방식으로 시대를 호흡하고 독자와 소통하려 시도했다. 양적인 후퇴와 좌절을 맛보기도 했고, 때론 많은 이들의 의지와 분투 속에 찬란한 희망의 씨를 뿌리기도 했다. 출판 불황기 속에서 소설 및 시집 출간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들었고, 여전히 20∼40대 여성 독자층이 시장을 좌우했다. 현기영, 정지아 등 중견 작가들의 선전 속에, 새로운 감수성으로 무장한 젊은 작가들이 속속 등장했고, 젊은 독자들을 중심으로 마치 싱글 앨범처럼 단편소설을 한 권으로 소비하는 트렌드도 눈에 띄었다. 특히 한강 작가가 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로 메디치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문학이 국내보다 해외 무대에서 더 큰 주목과 각광을 받은 해이기도 했다.

◆출간 종수 감소세 지속, 굳건한 20∼40대 여성 독자군

올해 한국문학은 외견상으론 큰 흥행을 이루진 못했다는 평가다. 소설과 시집의 출간 종수가 줄어들었고, 판매 역시 크게 성장하진 못했다. 독자층 역시 20∼40대 여성 중심에서 좀체 변화가 없었다.

교보문고의 집계 결과(11월23일 기준), 올해 출간된 한국 소설은 모두 2330종으로, 지난해(2347종)에 비해 20.2% 감소했다. 한국소설은 최근 3년 연속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2021년 2654건에서 2022년 2347건으로, 다시 2330종으로 줄어들었다. 시집 역시 올해 2898종이 출간돼 전년(3034종)보다 15.9% 줄었다. 3년간 추이를 보면, 2021년 2864종에서 2022년 3034종으로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문학 소비 시장에서 여성이 남성을 압도하는 현상은 올해도 여전했다. 여성 독자들은 한국소설 소비의 67.7%, 시집의 64.3%를 차지해 각각 32.3%와 35.7%에 그친 남성 독자를 압도했다. 특히 20, 30, 40대 여성 독자들은 한국소설 소비 시장에서 각각 18.3%, 17.2%, 18.%를 차지, 한국문학 시장을 좌우했다.

◆‘불편한 편의점’ 강세 지속…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등도 선전

올해 독자의 사랑을 받은 한국 소설들은 ‘힐링 소설’이 대세를 이룬 가운데 인기 유튜버의 소개를 바탕으로 역주행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윤정은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3위)와 유영광의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7위),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9위) 등을 제외하곤 신작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는 평가다.

교보문고의 집계에 따르면,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1, 2권)은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에도 신드롬을 이어 가면서 나란히 1, 4위에 올랐다. 최진영의 ‘구의 증명’은 2015년 출간된 구간이지만 유튜브에서 관련 플레이리스트가 인기를 끌면서 2위에 올랐다. ‘힐링 소설’로 분류되는 윤정은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가 3위에 랭크돼 주목을 끌었다. 양귀자의 1998년 장편소설 ‘모순’은 역주행으로 5위에 올랐고,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돌풍을 이어 가며 6위를 차지했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올해는 최은영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가 9위에 오른 것 등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작가의 신작 또한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특이하다”며 “소설 분야에서 두드러진 테마는 ‘익숙함’과 ‘위로’로, 독자들은 이를 통해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며 즐거움을 느꼈던 한 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양귀자, 한강, 최은영, 김초엽 등 사랑받아

올해 독자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작가로는 양귀자, 한강, 최은영, 김초엽 등이 꼽혔다. 교보문고의 집계에 따르면, 한국소설 순위 30위권 안에 2편 이상의 작품을 올린 작가는 양귀자(‘모순’,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최은영(‘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밝은 밤’), 한강(‘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김초엽(‘지구 끝의 온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 등으로 조사됐다. 김호연과 이미예는 각각 ‘불편한 편의점’과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히트시켜 주목을 끌었다.

장인 정신을 발휘한 원로 작가들도 주목을 받았다. 현기영은 4·3을 다룬 세 권짜리 장편소설 ‘제주도우다’를 펴내고 대산문학상 등 여러 상을 수상했고, 조정래도 최근 두 권짜리 장편소설 ‘황금 종이’를 발표했다. 황석영은 어린이 민담 시리즈를 출간하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신달자 시인도 올해 등단 60년을 맞아 시집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과 시 선집, 묵상집을 동시에 출간하기도 했다.

◆단편소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쇼트폼 양식으로 재부상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형식의 중편 및 단편 소설이 잇따라 출간되고 판매 호조로도 이어졌다. 단편 혹은 중편 소설이 쇼트폼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독자들에게 짧은 호흡으로 소화할 수 있는 콘텐츠 양식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양상이다.

위즈덤하우스는 지난 10월부터 구병모 작가의 단편소설 ‘파쇄’를 시작으로 작가들의 단편 한 편만을 담은 ‘위픽’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위픽 구매자 연령을 분석한 결과, 20대가 38%, 30대가 23%에 이를 정도로 젊은 층에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 출판사의 분석이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작가들의 중편 또는 단편 소설을 한 편만 담은 ‘핀’시리즈를 출간해 온 현대문학도 인기리에 시리즈 출간을 계속해 갈 예정이다.

예스24 측은 “한국소설 중·단편 분야 판매량을 자체 분석한 결과, 2018년 대비 올해 20대의 구매 비중이 약 9%포인트 상승했다”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중·단편 한국소설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태주, 류시화 등 기성 시인 인기 여전… 육호수, 양안다 등 MZ세대도

시 분야에서는 나태주와 류시화 등 기성 시인들이 몇 년째 압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가운데 진은영, 정호승, 이병률, 박준 등 유명 시인들도 탄탄한 지지세를 보였다.

교보문고의 시 분야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가 1위를 차지했고, 진은영 시인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와 류시화 시인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 2, 3위를 차지하는 등 기성 시인들이 강세를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영원 금지 소년 금지 천사 금지’의 육호수(20위),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의 안미옥(23위),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의 양안다(24위) 등 젊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시인들의 신간 시집이 상위권에 랭크된 것도 주목을 끌 만하다.

교보문고 김 담당은 “나태주, 류시화 등 기성 시인의 저력을 보여 줌과 동시에 밀레니얼세대 대표 시인인 양안다, 안미옥, 육호수 시인의 신간 시집들이 연간 베스트셀러 집계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새 작가를 많이 소개한 해였다”고 말했다.

◆한강, 메디치상 수상… 한국문학, 세계 무대에서 호평 이어져

외견상 다소 부진했던 국내 상황과 달리, 한국문학은 올해에도 세계 무대에서 큰 각광을 받았다. 2017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수상했던 한강 작가는 지난 11월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메디치상을 수상했다. 한국 작가 출신으로는 첫 수상이었다.

주목할 만한 입후보 소식도 잇따랐다. 천명관 작가의 ‘고래’가 올해 부커상 쇼트리스트에 올랐고, 지난해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는 올해에는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부커상 롱리스트에 올랐던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올해 국제 더블린 문학상 롱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신경숙의 ‘바이올렛’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번역문학 롱리스트에 올랐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처럼, 수상작 또는 후보작 상당수에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이 있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국제문학상 수상은 해외에서 한국문학 작품의 번역 출간 증가와 밀접하게 관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해외 출판사의 번역 출판 지원사업 신청 건수는 올해 281건으로, 2014년 사업 시작 당시 13건 대비 20배 이상 증가했다. 2020년 142건(지원 122건), 2021년 156건(146건), 2022년 208건(164건) 등 증가세가 이어졌다. 한국문학번역원 측은 “해외에서 한국문학 출간 도서 수가 증가함으로써 현지 독자와 만나는 작품이 많아지고 그것이 다시 한국문학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낳고 있다”며 “맞춤형 번역 출판 지원 정책을 고도화함으로써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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