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는 끝났지만, 논란은 계속된다.
2030 세계 박람회(엑스포) 개최지로 사우디 아라비아의 리야드가 선정된 가운데, 국영방송 KTV 채널에 게시된 한 영상이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이시레몰리노에서 열린 제173회 국제박람회기구(BIE)에서 한국은 20분 가량의 최종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나승연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덕수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등이 연사에 나섰다.
또 다른 개최 후보지 로마, 리야드의 최종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뒤 개최지 1차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에는 총 165개국이 참여했고, 결과는 사우디의 압승이었다. 리야드 119표, 부산 29표, 로마가 17표를 얻었다.
투표 결과만큼 최종 PT에서 33초 분량의 엑스포 홍보 영상이 국민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K팝 스타들만을 앞세운 부실한 내용과 영상 연출이 세련되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6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정책방송원이 운영하는 KTV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약 50초 정도의 짧은 영상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영상에는 콩트 유튜브 채널 운영자 ‘1등미디어’의 개그맨 김성기, 신흥재 등이 출연했다. 영상은 사회자가 한국과 사우디의 인공지능에 엑스포 개최 예상지를 질문하고 답을 듣는 순서로 진행됐다.
영상엔 사회자로 보이는 남성 한 명과 한복을 입은 남성 한 명, 수건으로 머리를 둘러싸고 수염을 기른 남성 한 명이 출연했다. 사회자는 “인공지능 대결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어느 나라 인공지능이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투표해달라”고 말했다.

문제가 된 대목은 첫 번째 질문이었다. 사회자는 각국의 인공지능 역할을 맡은 이들에게 “엑스포 개최 확률, 한국 사우디 둘 중 어디가 높냐”고 물었다. 이에 사우디 인공지능 역할 출연자는 “사우디. 사우디”라고 답했다. 사회자가 구체적 이유를 물어도 사우디 역할의 출연자는 연신 “사우디. 사우디”만을 외쳤다.

반면 한국 측 인공지능을 맡은 출연자는 “전 세계 나라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부산 엑스포. 굵직한 국제행사 경험, 유치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과 협력할 다양한 최첨단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한국이 유리하다. 게다가 한국은 돈이 아닌 전 세계를 사로잡은 K-소프트 파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더 높다”고 줄줄 읊었다.
KTV는 영상 설명란에 “1등미디어가 사우디와 한국 인공지능에게 물었다. 과연 이번 엑스포는 어느 국가가 유치하게 될지. 그리고 그 대답은 뻔하겠지만 뻔하지 않은 결과. 영상으로 담백하게 만나 보시죠”라는 글을 첨부했다.
영상은 현재(11월 30일 기준) 비공개 처리된 상태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퍼지며 뭇매를 맞고 있다.
누리꾼은 “이거 사우디 조롱하는거 아니냐”, “인종 차별이라고 해도 할 말 없을 듯”, “진짜 너무 창피해서 소름이 돋는다”, “한국 홍보를 하는데 왜 다른 나라를 까내리냐”, “공식 채널에서 올린거 진짜냐” 등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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