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80년 전통 피닉스 소멸”…日 대학 강호 미식축구부 무너뜨린 건?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3-11-30 10:58:59 수정 : 2023-11-30 10:58:5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일본 최고의 팀 ‘피닉스’가 사라진다.”

 

니혼대(日本大)의 미식축구부 폐부 결정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선이 복잡하다. 마약 소지 혐의로 부원들의 잇달아 체포된 데 따른 조치지만 1940년 창설된 이후 80년 넘게 일본 대학미식축구계를 이끌어 온 전통 강호가 사라지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문제가 불거진 후 니혼대의 부실한 대응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일본 니혼대 건물. 니혼대 홈페이지 캡처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니혼대 경기스포츠운영위원회는 지난 28일 회의를 열어 미식축구부를 없애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르면 다음달 1일 폐부가 정식 결정된다. 

 

니혼대 미식축구부를 무너뜨린 건 올해 7월 이후 연이어 불거진 부원들의 마약문제였다. 지난 27일 대마를 소지한 혐의로 3학년 부원 한 명이 마약특례법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앞서 지난 7월에는 다른 3학년 부원이 학교 기숙사에서 대마를 은닉한 혐의로 체포됐고, 4학년 부원도 대마를 구매해 약식기소됐다. 애초 니혼대는 미식축구부 존속을 전제로 사태를 수습하려 했으나 부원 3명이 잇달아 체포되자 “폐부 이외에는 여론을 납득시킬 수 없다”, “미식축구부원 이외 7만명의 학생도 중요하다” 등의 판단에 따라 폐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운동부에서 연이어 불거진 마약 문제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지만 폐부 결정에 대한 시선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니혼대 미식축구부가 ‘피닉스’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학생 미식축구대회에서 21번이나 우승한 전통 강호라는 점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 라이벌 관계였던 한 대학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일본 미식축구 역사를 함께 써온 니혼대 미식축구부가 사라지는 것은 아쉽다는 말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교 관계자도 “훌륭한 전통을 가진 팀의 부활을 기원했는 데 폐부 결정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니혼대의 한 학생은 “‘피닉스’는 니혼대의 상징적이 존재인데 슬프다”고 말했다.  

 

사건이 불거진 후 니혼대 당국이 보인 안일한 대응이 이같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아사히에 따르면 지난 7월 부원들의 대마 사용 가능성이 높은 흔적이 발견됐지만 학교 관계자는 12일 동안이나 숨긴 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부원 1명이 체포된 직후에는 “개인적 범죄”라고 단정하고 미식축구부에 내렸던 활동 정지를 5일만에 풀어 버렸으나 3주 뒤 “개인적 범죄로만 볼 수 없다”며 다시 활동 정지 처분을 내렸다. 아사히는 “사실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처분을 결정한 것은 사건의 중대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폐부 결정으로 이번 사건과 관련없는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지난 8월 기준으로 미식축구부원은 120명이다. 한 부원은 아사히에 “경기에 나가지도 못하고 팀도 사라지게 됐다”며 “선배들로부터 이어진 전통을 후배에게 전하지 못하는 것도 괴롭다”고 토로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수지 '치명적인 매력'
  • 안유진 '순백의 여신'
  • 고민시 '완벽한 드레스 자태'
  • 엄현경 '여전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