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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으로 떠나는 양조장 여행 ‘솔송주 문화관’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23-12-02 19:00:00 수정 : 2023-12-01 19: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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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군과 경남 하동군의 경계를 이루며, 덕유산과 지리산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품은 마을이 있다. 포은 정몽주의 학통을 계승하고 조광조, 이언적, 이황과 같은 성리학자들의 배출을 가능케 한 일두 정여창의 하동 정씨 가문 집성촌인 개평 한옥마을이 있는 곳, 바로 함양군이다.

개평 한옥마을에는 수백 년이 넘은 한옥 60여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풍천 노씨, 초계 정씨의 집성촌이다. 입구에서 이 마을을 바라보면 좌우로 두 개울이 합류하고 그 사이에 마을이 들어가 있는데 이러한 마을의 지형으로 이곳의 이름은 개평, 즉 내와 길이 낄 개(介)와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선비의 고향이었던 만큼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도 상당히 많다. 이러한 배경으로 KBS 대하드라마 ‘토지’와 MBC 드라마 ‘다모’ 촬영지로 활용됐고, 얼마 전 히트한 tvN의 ‘미스터션샤인’에서는 김태리의 집안 배경으로 이 개평 한옥마을이 촬영되기도 했다.

경남 함양군에 위치한 개평 한옥마을에는 담백한 쌀맛과 그윽한 솔잎 향이 특징인 솔송주를 맛볼 수 있는 솔송주 문화원을 비롯해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만나 볼 수 있다.

개평 한옥마을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일두 고택. 일두 정여창이 살았던 터에 후손들이 다시 지은 집이다. 대지 3000평(9917㎡), 11개 동의 건물로 18세기에 개축된 사랑채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건물이 16∼17세기에 건축됐다. 1984년에 국가지정문화재(중요민속문화재 제186호)가 됐다.

이러한 개평 한옥마을에 또 하나의 독특한 공간이 있는데 바로 솔송주 문화관이다. 경남무형문화재 박흥선 명인이 솔송주를 시연하는 곳이다. 솔송주는 문헌의 송순주를 복원한 맑은 약주 형태의 술로, 2018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건배주 및 2019년 청와대 설 선물 세트로도 선정됐다. 담백한 쌀맛과 그윽한 솔잎 향으로 두터운 팬 층을 가진 술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시음할 수 있는 전통주는 솔송주와 담솔. 솔송주는 백미에 솔잎과 송순을 넣어 빚는 약주이며, 담솔은 이것을 증류한 형태의 증류식 소주이다. 솔잎과 송순을 넣는 이유는 특유의 향긋함도 있지만, 이 두 가지가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해서 술의 산패를 막아 주기 때문이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흥미로운 것은 솔잎과 송순을 따는 시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솔잎은 가장 이른 봄, 송순은 늦봄에 채취한다. 솔잎은 봄에 향이 좋고, 송순은 늦봄에 생명력이 높기 때문이다. 이곳에서의 체험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직접 다양한 시음을 할 수 있으며 소주고리를 통해 소주를 증류해 보는 것부터, 전통주 칵테일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전통이라고 하지만 트렌디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단순한 가양주를 넘어 산업적으로도 함양의 문화인 솔송주를 알리기 위해 양조장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전통과 문화에 과학이 접목돼 가고 있다.

함양은 무오사화의 발상지인 곳이기도 하다. 조선 건국을 추진한 훈구파 사대부인 유자광의 시가 학사루라는 정자에 걸려 있었는데, 훈구파와 대립하던 사림파의 김종직이 현감으로 오며 철거를 명했다. 이로 인해 유자광은 김종직과 사림파에 대한 원한을 가지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사림파가 탄압을 받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지역의 전통주를 통해 알아 갈 수 있다는 것. 술의 먹고 마시는 것 외에 더욱 중요한 가치가 이러한 역사를 알아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연세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교육 원장,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도 맡았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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