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불법촬영 혐의’ 황의조, 휴대폰 4대·노트북 1대서 삭제된 영상 복구 중 [사사건건]

관련이슈 사사건건

입력 : 2023-11-27 12:54:45 수정 : 2023-11-27 12:54:4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경찰이 불법촬영 혐의를 받는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31)씨의 노트북 1대, 휴대전화 4대를 압수해 초기화된 기기 속 영상 복구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 체류 중인 황씨의 출석 요구도 검토 중이다.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간담회에서 경찰 관계자는 황씨 사건 관련해 이 같이 설명했다. 

 

앞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황씨의 형수였던 것으로 드러난 누리꾼의 황씨 사생활 영상 유포 혐의를 수사하던 중 황씨의 불법촬영 정황을 포착하고, 황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황의조가 벤치로 향하고 있다. 선전=연합뉴스

◆황씨 “불촬은 아냐” vs 피해 여성 “동의한 적 없다”

 

피의자 조사는 지난 18일 이뤄졌으며 황씨는 불법촬영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이 볼 수 있는 곳에 휴대전화를 세워놓고 관계를 했으며, 촬영물을 함께 보기도 했다’는 게 황씨 측 주장이다.

 

이는 영상 속 피해 여성 A씨의 주장과 배치돼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A씨 측 법률대리인은 “촬영 모드인 휴대전화를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위치에 뒀다고 피해자가 인식할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한 A씨가 영상 삭제 요구를 했는데도 이에 응하지 않은 황씨의 행동을 지적했다. 황씨와의 통화에서 A씨가 ‘(영상 갖고 있는 것) 싫다, 지워 달라’고 말했다는 점을 지난 6월27일 주고받은 메신저 일부 대화와 통화 내역을 통해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외에도 또 다른 피해자 B씨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이 2명 외에 추가 피해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황씨가 전자기기를 초기화하면서 경찰은 불법촬영 의심 영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삭제된 자료를 복구하고 있다. 영상이 복구된다면 피해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압수된 전자기기 5대는 모두 황씨 소유로 확인됐다.

황의조 불법촬영 혐의 사건 피해자측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황씨 측이 배포한 입장문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뉴스1

◆삭제된 영상 복구, 휴대전화 위치와 각도 등으로 판단

 

양측 진술이 충돌하는 가운데 불법촬영 여부를 가리려면 수사기관의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촬영과 유포에 동원되는 기기, 일반적으로는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을 포렌식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그 외에도 사이버수사에서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를 수사하는 것 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메라를 보이게 뒀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위치와 각도가 어땠는지, 영상물 분석을 통해 피해자가 촬영 여부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불법촬영 여부보다 피해자 의사에 반해 영상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사실 요즘은 유포라든가 그런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불법 촬영을 했느냐 자체를 보는 것은 좀 올드해보이는 느낌”이라며 “피해자가 삭제를 요구한 바가 있었는데 그대로 안한 것은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 한해서만 소지죄가 성립되긴 하나 ‘삭제 요구에 불응한 것’에 대해선 살펴볼 지점이라는 것이다.

 

현재 해외 구단에서 활동 중인 황씨의 신병 확보 노력과 관련해 경찰은 “여러 가지 수사 진척 상황을 봐서 결정할 문제”라며 “필요하다면 해외에 있어도 출석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황씨가 영상유포자로 드러난 형수에 대해 명예훼손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영상 속 피해 여성이 처벌을 원할 경우엔 “수사 대상이 된다”고 경찰은 답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날 열린 중국과의 월드컵 예선에서 황의조를 출전시킨 것 관련해 “명확한 사실이 나오기 전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인천공항=뉴시스

◆“국대 자격 박탈해야” 징계 요구 빗발쳐

 

끊이지 않는 남성의 여성 대상 불법촬영 문제로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는 시점에 유명인의 관련 혐의가 불거지면서 여론은 들끓고 있다. 피해자의 신상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황씨 측이 공개한 것을 두고 “협박성”, “추가 피해자가 나서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일각의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 열린 월드컵 예선 경기에 황씨가 출전한 것이 논란을 격화했다.

 

스포츠 시민단체인 체육시민연대는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유죄나 징계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몇몇 증거로 관련 문제가 제기되는 것 자체로 국가대표 자격 박탈은 당연하다”며 “논란이 해소되기 전까지라도 출전 중지 등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축구협회는 즉각 공개 사과하고 불법촬영, 2차 가해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22일 한국여성민우회도 “불법촬영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선수가 아무렇지 않게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은 ‘불법촬영을 해도 문제 없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유·무죄 여부는 사법부에서 판단할 몫이지만 사법적 조치 외에도 대한축구협회와 감독은 이 사안이 미치는 영향을 고민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용호 의원도 26일 황씨의 출전금지 등 강력한 징계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황의조는 사회적 공인으로서 도덕적 물의를 넘어서, 동의받지 않은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도록 함으로써 명백한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대한축구협회와 문체부 등 관계 당국은 일개 축구 선수의 불편한 뉴스로 국민이 더 이상 불쾌하게 느끼지 않도록 즉각 엄중한 조처를 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