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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라우터, 노후 장비도 아니었다는데… 관리 부실 논란

입력 : 2023-11-27 06:00:00 수정 : 2023-11-28 18: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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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행정망 먹통 장비 불량 탓”

시스템 이중화 해놨지만 미작동
매일 육안 점검 불구 예방 실패
장애원인 1주일 새 번복도 비판

공공SW 대기업 참여 속도 내기로
전문가 “저가입찰 관행 개선 필요”
정부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TF)’ 공동팀장을 맡고 있는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의 원인과 향후 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일주일 넘게 이어진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의 원인 분석은 네트워크 장비 ‘라우터’의 포트 불량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정부 발표 이후 또 다른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라우터 포트 불량이 발생한 이유와 관리 부실 의혹, 정부가 애초 지목한 원인을 번복하면서 분석에 시간이 오래 걸린 점 등이다. 정부가 공언한 재발 방지 대책 중 제도 개선의 방향성에 관심이 모인다.

2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전국 기초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전산망 ‘새올행정시스템’과 정부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에 잇달아 장애가 발생하며 민원서류 발급 대란이 벌어졌다. 주말 사이 복구 작업을 거쳐 첫 평일이었던 20일엔 발급 서비스가 정상이 됐으나 사태의 원인은 한 주 이상 지난 25일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비로소 발표됐다. 당초 원인으로 지목된 ‘L4스위치’가 아닌 라우터의 물리적 손상에서 비롯된 행정망 장애라는 발표였다. TF는 첫 행정망 장애 발생 후 정상 작동하지 않던 L4스위치를 고성능 장비로 교체한 뒤에도 일부 지연 현상이 발견되자 라우터를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라우터의 케이블을 연결하는 일부 포트에서 이상이 발견돼 다른 포트로 연결하자 지연 현상이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라우터는 2016년 미국 시스코에서 도입한 제품이다. 아직 사용 계약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제품으로 알려졌으며 국내 업체인 대신정보통신이 관리했다. 새올 등 행정망을 총관리하는 행안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매일 육안으로 전산 장비를 체크하고 있다곤 하지만, 관리 부실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당초 정부가 장애 원인으로 지목했던 L4스위치가 라우터 포트로 바뀐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행정망 정상화를 발표하면서 장애 원인을 다른 네트워크 장비인 L4스위치 이상으로 추정했다. 당시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장애 원인으로 L4 장비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발견했는데, 그 안에 어떤 부분이 실제로 문제를 일으켰는지에 대해서는 저희가 조금 더 면밀한 조사를 거쳐서 확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 실장은 25일 브리핑에선 “‘추정된다’, ‘판단된다’고 했지 100%라는 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TF 공동팀장을 맡고 있는 송상효 숭실대 교수는 원인 분석에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지적에 대해 “라우터 장비의 불량 외에 다른 이상 현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확인된 사실을 신속히 발표해야 했으나, 결과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명확한 검증 과정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고 했다.

이른바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복구 작업을 마쳤다고 밝힌 지난 20일 서울 중구청을 찾은 민원인들이 민원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이 밖에 TF는 ‘(행정망) 시스템 이중화 작업은 안 된 것이냐’는 질문에 “이중화에 대한 구성은 적절하게 다 돼 있다”면서도 “이중화는 한 시스템의 장비가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을 경우 그 작동을 대신하는 구조다. 이번 경우 일부 모듈에 이상이 생긴 것이지 전체 장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중화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보기술(IT) 업계 등에선 재발 방지책 마련에 앞서 보다 정확하고 세밀한 원인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생 가능한 장애를 예측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참여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 SW 사업에 대기업 입찰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토론회에서 시스템 복잡도가 높고 기술적으로 고난도인 1000억원 이상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공개했다. 최근 들어선 참여 허용 기준을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13년부터 공공 SW 사업에 대기업들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참여가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순 없는 만큼, ‘저가입찰’ 등 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홍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은 “기본적으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관련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며 “과업이 너무 자주 변경되면서 품질이 낮아지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영·이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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