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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기피 해결 위해 ‘무과실 보상제’ 도입 검토해야 [알아야 보이는 법(法)]

입력 : 2023-11-23 22:03:31 수정 : 2023-11-23 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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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응급실이나 분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언론에 등장한다. 이 같은 현상은 의사들의 필수의료 분야 기피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엔 필수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등이 자리한다. 의사들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반론도 존재하나, 의료분쟁 전문 변호사의 증가는 사건화되는 분쟁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사건 수가 증가하면 같은 확률 하에서도 의료진이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절대적인 사건 수는 많아지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건화되는 의료분쟁 수의 증가는 단순히 궁극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민형사상 책임을 논하는 의료분쟁 절차의 당사자가 되는 의료진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의 분쟁 해결구조를 크게 나누면 형사적으로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등의 이유로 의료진을 고소하는 것이고, 민사적으로는 병·의원이나 담당 의료진 등을 상대로 소송 등의 방법으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이다. 이 구조에서 예전부터 현재까지 발생하고 있는 일들을 한 논문을 참고하여 요약하자면 이렇다.

 

먼저 민사적이든 형사적이든 과실과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그 판단 기준이 불명확하다. 명백한 기준이 있어 보여도 실제로 그 기준에 따르면 과실이나 인과관계가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이 많다.

 

그리고 민사소송에서는 주장이나 증거 제출 등을 어느 정도로 하는지와 같은 수행의 정도가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물론, 사건의 최종적인 판단자 역할을 하는 판사 등도 의료 전문가가 아니어서 결론의 신뢰성을 판사의 전문가적 판단에서 찾기도 곤란한 점이 있다.

 

결론이 나더라도 관련자들이 그와 같은 판사 등의 판단에 승복할지도 불분명하다.

 

소송 과정에서 중요한 감정 절차가 촉탁 반송 등으로 지연되면서 분쟁해결 기간은 점점 장기화하고 있고, 그 과정이 노출되면 당사자의 명예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필수의료에 대한 기피 대책으로 ‘조건부 면제’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먼저 형사적으로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그 자체로 수사 및 재판 절차가 진행되는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재판에서도 형을 면제할 정도의 사안이라면 오히려 유죄 판결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고, 감경은 양형의 문제이므로 그러한 법령의 존재 자체만으로는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민사적으로는 현재 분만에서 적용되고 있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그 정도만으로는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이 무과실로 보상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로 일부 실현되고 있으나, 그 분야나 금액이 작아 사회적인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도 산업재해에서 무과실로 보상되고 있고, 정해진 보상액을 초과하는 손해가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과실이 있을 때 별도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북유럽 국가 등에서는 구체적인 시행 양상에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무과실 보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취하면 보상에서 과실 여부를 논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그 판단이 지금보다 간단해질 것이다.

 

그리고 공공기관은 감정 절차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가를 이미 확보하고 있거나 확보해 적절하게 운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법원이나 수사기관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으므로, 절차 진행속도 등의 측면에서 결정 기간도 짧아질 것이다. 그리고 공공기관에서 주도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면서 사안별로 보상만으로 사안을 종결할지 추가적인 형사나 행정 절차도 진행할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 위와 같은 제도 하의 보상액이 현재의 구조에서 기대되는 배상액과 비슷한 정도가 된다면, 피해자는 형사 또는 민사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다. 의료진 역시 과실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분쟁을 종결시키는 방향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물론 이런 방식이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윤리적, 감정적 요인에 대한 직접적 해결은 어렵다. 하지만 직업윤리에 따른 입장 표명과 그에 관한 법적 책임이 분리될 수 있다면, 감정적으로도 사안이 종국적으로 해결되는 방안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여겨진다.

 

필수의료 분야에서 분쟁해결을 위해 공공기관이 무과실로 보상하는 방식인 ‘무과실 보상제’의 전면적인 도입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의료분쟁을 간소화하고, 분쟁해결 과정의 신속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공정한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방식이 도입되기를 기원한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soo.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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