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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국제관습법 변화”… 만세 부른 이용수 할머니 “日, 사죄·배상해야”

입력 : 2023-11-24 06:00:00 수정 : 2023-11-23 23: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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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손배소’ 항소심 승소

“사망·상해 유발하는 불법행위
국가면제 제외가 국제적 추세”
日 위안소 운영·납치도 인정해

강제집행 법리·대상 불명확해
실제 日 배상금 지급은 미지수
출연금 반환 청구권 압류 제안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 소송의 쟁점은 피고(일본)에 대한 국가면제(주권면제) 인정 여부였다.

 

서울고법 민사33부는 23일 “국제 관습법의 변화 방향과 흐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일본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우리 법정에서 따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법정에 휠체어를 타고 나온 이용수 할머니는 선고 직후 만세를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일본은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판결에 따라 법적 배상을 해야만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1심 패소 취소 판결 뒤 법원을 나서며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판결이 확정됐어도 일본의 무대응으로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지국(소송이 시작된 법원 소재국) 영토 내에서 그 법정지국 국민에 대해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그 행위가 주권적 행위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국제 관습법이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1심과 달리 주권국가를 다른 나라 법정에 세우지 않는 국가면제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절대적 면제’가 적용되던 과거와 달리 인신상 사망이나 상해를 야기하는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선 예외를 허용하는 ‘제한적 면제’로 법리가 변경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이 전쟁 중 위안소를 설치·운영하면서 피해자를 기망·유인하거나 납치해 위안부로 동원한 사실을 인정하며 일본 정부에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1심 법원은 2021년 4월 국가면제 원칙을 인정하며 소송을 각하했다. 앞서 같은 해 1월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1차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것과 정반대 결론이었다. 1차 소송 재판부는 “일본의 불법행위에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며 재판 관할권을 인정했다. 양측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으나 배상 절차는 시작도 못 한 상태다.

 

강제동원 피해자 사건의 경우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한 강제집행은 법리나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 피해자 대리인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상희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에 대한 강제집행 등에 대해서는 아직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번 판결의 의미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 일본 정부가 자발적으로 배상하고 사과할 수 있도록 충분히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대리인은 아니나 30여년간 강제동원 피해 관련 활동을 한 최봉태 변호사는 “일본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에 돈을 내고 재단이 해산됐는데, 이 돈에 대한 일본의 반환 청구권을 압류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와 징용 피해자를 포함한 일련의 역사 문제가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 등으로 해결됐기 때문에 이에 배치되는 한국 법원의 판단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에 대한 참여도 일절 거부해왔다. 일본 정부가 패소한 지난 1차 소송 때(2021년 1월 판결) 역시 항소를 하지는 않으면서 외무상이 한국 정부 주도의 시정을 요구하는 담화를 발표하고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이종민·안경준 기자, 도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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