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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순위→4년 만에 주전 세터’ GS칼텍스 김지원 “저 블로킹 약하지 않아요… 주전 맡아보니 연승할 땐 신났는데, 질 때마다 속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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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23 09:26:51 수정 : 2023-11-23 09: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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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GS칼텍스의 세터 김지원은 2020~2021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혔다. 2019~2020시즌 GS칼텍스는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해 1순위 지명권이 나올 확률이 4%에 불과했지만, 1순위 지명권을 얻는 행운을 누렸고 차상현 감독은 김지원을 뽑았다. 김지원조차 “오늘은 내 생애 최고의 날”이라고 할 정도로 예상 못했던 1순위 지명이었다.

 

프로 데뷔 후 3년차였던 2022~2023시즌까지는 김지원의 자리는 백업 세터였다. 안혜진이 주전 세터로 자리를 확고히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안혜진이 좌측 견관절 탈구로 인해 수술을 받아 재활기간이 8개월이나 걸리게 되면서 2023~2024시즌은 김지원이 팀의 야전 사령관을 맡아 활약 중이다. 지난 시즌 도중 이원정이 흥국생명으로 트레이드되면서 GS칼텍스의 주전 세터 자리는 무주공산이 된 셈이다.

 

사실상 백업 세터 없이 풀세트를 혼자 도맡고 있는 팀의 사정상 김지원은 10경기 39세트에서 485개의 세트를 성공시켜 세트당 12.436개의 세트를 성공시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2라운드 도로공사와의 경기는 김지원의 경기 운영 능력은 물론 블로킹과 서브 능력도 빛을 발한 경기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세트당 팀 블로킹 수치가 1.353개로 7개 구단 통틀어 압도적으로 최하위였던 GS칼텍스는 1세트에만 블로킹이 7개가 나왔다. 그중 무려 4개가 김지원의 손끝에서 나왔다. 김지원은 2세트에도 블로킹 1개를 추가했다. 서브 득점도 2개를 기록한 김지원은 이날 7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프로 데뷔 후 개인 통산 최다 득점 신기록이었다. 블로킹 5개 역시 개인 최다 신기록이었다.

 

이날 김지원이 기록한 7점은 1,2세트에 모두 나왔다. 김지원이 득점을 몰아친 두 세트를 따낸 GS칼텍스는 3,4세트 들어 각성한 도로공사의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의 공격을 막지 못해 내주며 5세트에 돌입해야 했다. 4세트 후반부터 5세트까지 두 팀의 공격은 GS칼텍스의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와 부키리치 간의 화력 대결 양상으로 치러졌다. 5세트 부키리치의 공격 점유율은 87.5%에 달했다. 도로공사의 이윤정은 8번 공격 중에 7개는 부키리치에게 올린 셈이다.

 

반면 김지원의 선택은 ‘삼각편대’의 고른 활용이었다. 5세트 실바와 강소휘, 유서연의 공격 점유율은 47.62%, 23.81%, 19.05%였다. 점수 하나 하나가 경기 결과를 요동치게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김지원은 실바에게 올리는 ‘안전한’ 선택 대신 실바를 의식하는 상대 블로킹을 역으로 활용해 토종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공격을 선택했고, 이 선택은 적중했다. 이날 전체 공격 성공률이 41.46%였던 강소휘는 5세트엔 공격 성공률이 60%로 올라갔다. 결국 5세트는 15-10으로 GS칼텍스가 이겼다.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에서도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GS칼텍스가 도로공사를 이겨냈는데, 이날 승부는 세터 간의 경기 운영에서 갈린 셈이다.

 

차상현 감독도 김지원의 경기운영에 대해 “다른 날에 비해 안정감이 있었다. (유)서연이가 몸이 좋았던 것도 있었다. 서연이 쪽에서 공격이 나오다 보니 잘 풀렸다”며 칭찬을 보냈다. 유서연은 이날 53.33%의 높은 공격성공률로 16점을 몰아쳤다. 실바 역시 56.06%의 공격성공률로 38점을 올렸다. 1세트에만 7개가 나왔던 GS칼텍스의 블로킹은 2~5세트에선 3개에 그치며 평균회귀 법칙이 적용됐지만, 경기 전 “우린 떨어지는 블로킹을 공격력으로 만회해야 하는 팀”이라고 말했던 차 감독의 말대로 GS칼텍스의 공격 성공률은 48.68%에 달했다. 김지원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 덕에 가능했던 수치였다.

 

경기 뒤 유서연과 함께 수훈선수로 선정돼 인터뷰실에 들어선 김지원에게 블로킹 얘기부터 꺼냈다. 김지원은 “평소에 블로킹 능력이 떨어진다고 언니들이나 코칭스태프들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자존심이 좀 상하기도 했다”면서 “그래서 오늘은 내 손에 맞은 공이 튀지만 않게 하자고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했는데, 잘 들어갔다”고 비결을 밝혔다.

 

인터뷰실에 들어서기 전 김지원은 차상현 감독에게 용돈 5만원을 받는 모습이었다. 무슨 돈이냐고 묻자 김지원은 “감독님이 블로킹을 잡으면 주시기로 한 돈”이라고 설명했다. ‘블로킹이 5개라 5만원이냐’는 물음에 김지원은 “구체적인 조건은 비밀이에요”라고 답했다.

 

비시즌간 대표팀에 차출됐던 김지원에게 ‘대표팀 경험이 지금 도움이 되느냐’고 물었다. 평소 김지원은 인터뷰 때마다 독특한 바이브로 취재진을 웃음짓게 하는 경우가 많다. 단답으로 “네”라고 말한 김지원에게 ‘좀더 길게 얘기해달라’라고 요청하자 그는 “아무래도 대표팀에서 많은 경험을 한 게 V리그에서 도움이 된다. 지난 시즌보단 한결 마음이 편하다”라고 답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주전 세터를 맡아 시즌을 치르는 것에 대해 어떠냐는 질문에도 김지원은 한숨부터 쉬었다. 크게 한숨을 쉰 뒤 김지원은 “1라운드 개막 3연승을 할 때만 해도 너무 재미있었다. 이후 경기에 지니까 기분이 좋지 않더라. 내 토스가 별로였나 싶어 생각이 복잡해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제가 토스할 때 폼에서 공격코스가 노출된다는 얘기를 해주셔서 고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충체육관=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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