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순투자액 대비 일자리 창출
10억원당 1.17명… 국내기업 절반
정부, 유턴기업 지원 정책 ‘비효율’
“공급망 안정화·제조 경쟁력 유지
리쇼어링 안해도 국내 투자하면
인센티브 강화가 더 효과적일 것”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가 국내로 복귀하는 ‘리쇼어링’(reshoring)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비효율적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이 제기됐다. 리쇼어링 자체가 주로 생산성이 낮은 다국적기업들에 의해 이뤄지는 데다 리쇼어링 기업의 투자 대비 고용 효과도 10억원당 1.17명에 그쳐 순수 국내기업(10억원당 2.48명)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리쇼어링 기업에 대해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국내기업을 역차별하는 만큼 리쇼어링과 상관없이 국내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정책이 공급망 안정화 등에서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정성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2일 이런 내용을 담은 ‘리쇼어링 기업의 특징과 투자의 결정요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리쇼어링은 국내의 생산활동을 해외 자회사에 위탁하는 오프쇼어링에 대한 반발과 미·중 무역전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공급 차질 등을 계기로 중요 정책 사안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2013년부터 ‘국내복귀기업(유턴기업)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더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줘 리쇼어링을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현재 제조업, 정보통신업 등의 기업이 해외사업장을 청산·양도·축소하고 국내로 오면 법인세·소득세 감면, 최대 600억원의 보조금 지급 등을 하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이런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국내 제조업 내 다국적기업 1200개를 ‘리쇼어링’, ‘오프쇼어링’, ‘확장’(국내·해외 모두 투자), ‘유보·축소’(국내·해외서 투자를 유보·회수)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눠 2011~2013년, 2014~2016년, 2017~2019년 세 시기에 걸쳐 성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리쇼어링 기업은 국내 모기업의 규모(상용 종사자 수 기준)가 확장형과 오프쇼어링 기업보다 각각 34%, 21% 낮았다. 그럼에도 유형자산 대비 노동자 수인 노동집약도는 가장 높아 다른 유형보다 영세하고 노동집약적인 특성을 보였다. 이에 따라 1인당 부가가치인 노동생산성도 확장형과 오프쇼어링 기업보다 각각 14%, 5% 낮았다. 또 리쇼어링 기업의 39.7%는 다음 기간에 다시 리쇼어링을 하고, 29.6%는 유보·축소형 투자를 선택해 이들의 경쟁력이 중장기적으로 약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정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리쇼어링 기업은 투자 대비 일자리 창출도 부진했다. 분석기간 리쇼어링에 의해 이뤄진 국내 (실질)순투자액 대비 순고용은 10억원당 1.17명으로 나타났다. 확장형 기업이 10억원당 1.32명, 순수 국내기업(해외 자회사 없는 기업들)이 10억원당 2.48명으로 집계된 것과 비교해 상당히 낮았던 셈이다.
정부가 선정한 유턴기업도 보고서상의 리쇼어링 기업과 유사한 특성일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들에 대한 정책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 연구위원의 결론이다. 그는 “글로벌 경쟁력이 약하고 상대적으로 영세한 기업들이 주로 리쇼어링을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더라도 유턴기업 지원제도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질 기업은 투자 회수를 고려해야 할 정도로 해외 사업이 부진한 기업들이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에 리쇼어링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 투자 인센티브 강화를 통해 공급망 안정화, 제조업 경쟁력 유지 등의 유턴기업 정책지원 목표를 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최근 급격히 상승한 국내 노동비용은 기업의 오프쇼어링을 유도하는 요인이며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투자 인센티브 강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과도한 생산의 국제화가 문제의 원인이라면 그 해결책은 ‘생산의 국내화’이지 ‘기업의 국내화’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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