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감독 “명확히 밝혀지기 전까진 경기장에서 활약하도록 도울 것” 황의조 엄호
황씨 측 “연인과 합의해 찍은 영상, 황의조는 유출 피해자” 주장
혐의 전면 부인하며 “황의조 죽이기” 의심
전 연인 측 “촬영 동의한 적 없고, 삭제 요구했지만 황의조가 무시” 반박
“황의조는 잘못 뉘우치고 사실(불법촬영) 인정하라” 촉구
경찰, 황씨 휴대전화 압수, 분석 중…영상 유포자도 구속수사 중
사귀던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31·노리치시티)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 경기에 계속 출전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황의조는 법률 대리인을 통해 문제의 영상은 “당시 연인 사이에 합의해 찍은 것이고, 영상을 유출한 사실도 없다”며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여론은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편이다. 황의조 주장이 맞다고 해도 성관계 영상들을 찍어 보관해둔 것 자체가 문제인 데다 불법 촬영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 대상이 된 상황에서 혐의도 벗기 전에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뛴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류가 상당하다.
헌법의 무죄추정 원칙을 들어 ‘황의조가 혐의를 인정한 것도 아니고 유죄 판결을 받지도 않았는데 피의자란 이유로 국가대표 경기를 못뛰게 하거나 자격을 박탈하는 건 지나치다’는 반론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황의조 없으면 안 되는 팀도 아니고, 죄의 유무를 떠나 국가대표의 품위를 떨어뜨린 행위를 한 만큼 ‘최소한’ 무혐의나 무죄로 결론나기 전까진 황의조가 태극마크를 달아선 안 된다”는 반응이 많다. 게다가 피해자로 지목된 여성 A씨가 “본인은 영상 촬영에 동의하지 않았고 황의조에게 계속 삭제를 요구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진실게임 양상과 함께 황의조의 국가대표 경기 출전 논란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특히, 황의조의 불법 촬영 혐의와 관련한 기사 댓글에는 “대한축구협회의 무신경한 태도를 질타하며 “사실상 ‘2차 가해’를 방치하고 있다”는 등 대한축구협회에도 불똥이 튀는 모습이다.

이처럼 경기장 밖 논란에도 불구하고 황의조는 21일 저녁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의 원정 경기에 투입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이 2대 0으로 앞서가던 후반 27분 공격수 조규성을 황의조로 교체했다. 황의조는 지난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싱가포르 전에서도 교체 출전해 후반 23분 골을 넣은 바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경험까지 언급하면서 황의조 엄호에 나섰다. 그는 중국을 3대 0으로 제압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국내에서 그런(황의조 사생활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당장 (황의조가) 어떤 문제나 죄가 있다고 할 수 없기에 운동장에서 활약하도록 돕는 게 지도자의 역할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나도) 40년 축구 인생에서 많은 이슈와 추측, 사건을 접하며 살았다”며 “무엇인가 명확히 나오기 전까진 선수가 경기장에서 기량을 발휘하게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피해자 A씨는 “합의해서 찍은 영상”이라던 황의조 주장과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A씨 측 이은의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는 황의조의 촬영에 동의한 바가 없다. 싫다는 의사를 밝히고 촬영한 직후 지워달라고 요구했다”며 “황의조가 동의를 받았다고 임의로 생각할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황의조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이후로도 피해자의 거부 의사 표현과 삭제 요구가 계속 있었지만, (황의조가) 이를 무시했고 불법 촬영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할 수 있었던 일은 황의조에게 촬영물을 삭제해달라고 계속 부탁하는 것뿐이었다”며 “유출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해자는 황의조에 대해 거칠게 화를 내거나 신고하기도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의조가 ‘불법촬영을 한 적이 없었고 연인 사이에 합의되어서 촬영된 영상’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고 그것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지켜보며, 피해자가 느낀 비애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황의조가 지금이라도 잘못을 뉘우치고 사실을 인정하기를 바라며 그것만이 피해자에 대한 뒤늦은 사과나마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혐의로 황의조를 불러 조사한 지난 18일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집행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휴대전화가 영상 촬영에 사용된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성폭력 처벌법에 따르면 카메라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황의조 영상’ 유포자 B씨는 지난 16일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황의조는 경찰 조사 당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대환은 전날 “황의조는 지난 5월7일 이후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려 왔다”며 “협박범은 황의조와 과거 연인의 영상을 불법 유출했고, 이후 동일인인지 확신할 수 없는 자의 무차별적인 유포와 금전 요구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해당 영상은 과거 황의조와 교제했던 여성의 모습이 담겨있으나 분명한 것은 당시 연인 사이의 합의된 영상이었다”며 “황의조는 해당 영상을 현재 소지하고 있지도 않고, 유출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황의조 측은 또 “영상뿐만 아니라 황의조가 지인들과 나눈 사적인 대화까지 협박에 이용되고 있는 등 매우 악의적으로 소위 ‘황의조 죽이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당초 황의조가 (영상) 유출의 피해자로 시작된 것이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게 된 황의조의 과거 연인에 대해 깊은 유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진심으로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 향후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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