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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교통사고로 뇌사… 26세 박래영씨 4명에게 새 삶 주고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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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21 17:00:00 수정 : 2023-11-21 18: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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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영아, 네가 그랬잖아. 엽서를 엄마한테 써주면서 파랑새처럼 행복하게 살라고. 엄마도 파랑새처럼 살테니까 너도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지난 9월 출근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진 20대 직장인이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한 뒤 하늘의 별이 된 게 뒤늦게 알려졌다.

 

2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달 13일 서울 고대구로병원에서 박래영(26)씨가 숨을 거뒀다. 박씨는 지난 9월18일 출근을 위해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초록신호를 못 본 차량에 치여 의식을 잃었다. 당시 횡단보도를 건너던 다른 보행자 3명은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지불식간에 뇌사 상태에 빠져 병상에 누워 있는 딸을 바라보는 가족 마음은 착잡했다. 1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난 박씨는 어릴 적부터 어려운 이웃을 보면 먼저 손을 내미는 가슴 따뜻한 사람이었다. 

 

어머니 이선숙씨는 “래영이는 시간만 생기면 헌혈과 봉사활동 등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했다”며 “연구소 회계 업무 및 동물병원, 요식업 등에서 일을 하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일했던 성실한 딸”이라고 말했다. 

 

한 달 넘게 의식 없이 쓰러져 있던 래영씨를 속절 없이 지켜보던 가족은 결국 딸을 떠나보내야 할 순간이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평소 더할 나위 없이 따뜻했던 래영씨의 마음씀씀이를 기려 다른 누군가를 살릴 수 있도록 장기기증을 하기로 결심했다. 래영씨 평소 뜻과 가족의 그리움이 더해져 심장과 간장, 신장(좌·우)이 4명에게 기증됐다.

 

어머니와 언니는 래영씨를 떠나보낸 뒤 기증원 홈페이지에 있는 ‘하늘나라 편지’에 하루도 빠짐 없이 글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인성 기증원장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와 유족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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