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회복탄력성이 있으니까요. 잘 살아날겁니다”
LG와 KT의 2023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4승제) 4차전이 열린 11일 수원 KT위즈파크. 경기 전 더그아웃에서 만난 이강철 KT 감독은 ‘회복탄력성’ 단어를 꺼냈다. 시즌 중에도 5월말까지만 해도 최하위권에 머물던 KT가 6월부터 대반격을 시작해 2위까지 오를 때도 언급한 바 있는 단어다.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과 실패에 대한 인식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 오를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전날 열린 3차전에서 KT는 충격패를 당하고 말았다. 경기 막판 4번 타자 박병호의 홈런으로 7-5로 역전했으나 9회 2아웃을 잡아놓고 LG 주장 오지환에게 역전 쓰리런 홈런을 맞았다. 이어진 9회 공격에서 1사 만루의 기회에서 김상수가 1-2-3(투수-포수-1루수)으로 연결되는 병살타를 치면서 경기를 내줬다. 1패 이상의 충격이 밀려올 법한 큰 패배였다.
인터뷰 말미에 ‘회복탄력성’을 언급하며 이 감독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빨리 회복하고 올라가는 힘, 그게 회복탄력성인데, 이것을 말하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날 타순을 배정대(중견수)-김상수(유격수)-황재균(3루수)-박병호(1루수)-장성우(포수)-문상철(지명타자)-알포드(좌익수)-오윤석(2루수)-조용호(우익수)로 배치했다. 전날 타순과 같은 라인업이다. 이 감독은 “어제도 우리 타선이 잘 쳤다”라면서 “결국 상대 타선을 얼마나 막아주느냐에 따라 오늘 경기가 달라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2차전까지 8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박병호는 3차전에서 5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알포드 역시 2차전까지 6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3차전에서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타격감이 나아지는 모습이었다. 이 감독은 “병호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도 하더라. 본인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를 말 안해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좀 웃으면서 하라고 말하고 싶어도 병호의 간절함이 느껴지더라. 베테랑으로서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마지막 홈런으로 마음의 안정을 좀 더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KT의 고민은 플레이오프에서 NC 타선을 철저히 틀어막았던 불펜의 핵심인 손동현과 박영현이 한국시리즈 들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손동현과 박영현은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5경기, 4경기에 등판했고, 한국시리즈도 세 경기 모두 나섰다. 아무리 두 선수가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여도 피로 누적 앞에는 장사가 없는 셈이다. 이 감독은 “오늘도 리드 상황이 오면 손동현과 박영현, 김재윤을 쓸 것”이라면서 “왼손 불펜이 하나가 없는 게 너무 아쉽다. LG는 좌완 불펜 쓰지도 않던데 좀 빌려오고 싶다”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 감독의 시나리오에선 4차전만 잡으면 해볼만하다는 계산이다. 5차전부턴 고영표-쿠에바스-벤자민이 5일 휴식을 하고 나설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는 “상대도 불펜이 많다고 해도 서로 지쳐가는 것 비슷할 것이다. 우리는 선발 싸움이 되니까 5차전부터는 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면서 “오늘 이겨서 5차전부터는 우리가 상대보다 앞서는 선발 카드를 쓰면서 경기를 할 수 있다. 오늘 경기를 꼭 잡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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