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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아편에 빠져… 조선시대 중독자의 말로는?

입력 : 2023-11-06 16:18:32 수정 : 2023-11-06 16: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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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은 ‘중독, 파멸의 지름길’을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 11월호를 발행했다고 6일 밝혔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최근 한국 사회에 물의를 빚는 마약과 도박 중독을 조선 시대에서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살피고, 바람직한 현대 사회를 위해 작은 실마리라도 던져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사헌의 탄원서.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수령과 노름꾼의 결탁

 

전경목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노름으로 패가망신한 양반과 청부업자로 전락한 수령’에서 한 양반의 탄원서를 통해 조선 후기 노름으로 인한 폐해를 설명한다.

 

전라도 장수현에 살던 양사헌(1858~1888)은 노름에 손을 댔다가 재산을 모두 탕진했다. 노름으로 양사헌은 감옥에 갇혔는데 문득 ‘노름은 불법 행위인데 노름빚을 받아달라는 청원을 올린 이기찬과 이를 용인한 수령도 모두 이상하다’고 여겼다.

 

수령이 노름빚 소송을 받아준 것 자체가 의문이었다. 노름은 조선 후기에도 커다란 사회문제였다. 왕은 수시로 노름을 하지 않도록 훈계하고, 노름하다 적발되면 엄하게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도 당시의 수령은 청원을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빠른 시일 내에 나머지 노름빚을 관정에 납부하라고 지시하고, 양사헌에게 매질을 하고 감옥에 가두기까지 했다. 양사헌은 ‘자신이 노름빚을 다 갚았다’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노름빚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떼인 돈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이기찬이 후에 어떠한 명목이라도 내세워 또다시 말썽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노름빚은 모두 다 갚았다는 증빙이라도 해 둘 요량이었다.

 

전 교수는 “노름빚 상환을 증명해달라는 탄원서는 언뜻 보면 그저 평범한 문서이지만 그 이면에는 조선 후기 부패한 수령의 모습이 숨어 있었다”고 말했다.

 

◆가정상비약으로 쓰인 아편

 

조석연 신한대 교수는 농가에서 가정상비약이던 아편이 마약으로 취급받게 되는 과정을 풀어낸다. 조선에서 아편의 폐해는 ‘헌종실록’ 헌종 6년(1840년)에 등장했다.

 

청나라에 간 사신이 당시 청국이 혼란스러운 원인을 서양인들이 들여온 아편 때문이라고 보고하면서 마약으로서 아편의 문제점이 부각됐다. 이후 근대화 과정에서 아편 문제는 심각해졌는데, 조 교수는 ‘당시 관리들이 가진 아편에 대한 관대한 인식이 원인이다’고 지적했다. 전통사회에서 양귀비 재배와 아편 채취가 일상이었고, 가정상비약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노름과 마약의 끝은 파멸”

 

웹진에서는 중독과 관련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운명-동전 던지기’에서는 ‘노상추일기(盧尙樞日記)’ 속 1794년 기록을 발췌했다. 평안북도 삭주에서 ‘동전 던지기 놀이’를 하던 장천항이란 아이가 함께 놀던 김세황과 시비가 붙자 돌로 때려죽인 사건을 웹툰으로 그렸다.

 

‘투전판이 사랑보다 중하더냐’에서는 미국의 뮤지컬 ‘쇼 보트’, 한국의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통해 사랑보다 도박을 중요시한 도박사들의 말로를 이야기한다. ‘투전의 달인’에서는 주인공 산비가 오라버니 정훈의 도박 빚을 처리하기 위해 투전판에 들어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안동=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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