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계 미국인 “침묵 않을 것”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의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을 규탄하는 집회가 연일 열리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이스라엘대사관 인근에서는 90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주최로 민간인 폭격을 규탄하는 집회가 벌어졌다. 주최 측 추산 500명이 참가해 ‘이스라엘은 휴전에 응하라’, ‘집단학살 중단하라’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전쟁 비판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사 최규진씨는 가자지구의 재난적 보건의료 상황을 전했다. 최씨는 “가자지구 내 36개 병원 가운데 16개 병원이 포격과 연료 부족으로 운영이 중단됐고, 유일한 암 병원도 연료 부족과 폭격으로 운영을 중단했다”며 “가자지구 사람들은 신원 미상으로 집단 매장되지 않기 위해 매일 자신의 몸에 이름을 적고 있다”고 말했다.
집회 현장에서 발언에 나선 유대계 미국인 제이크 알버트씨는 “‘우리 이름으로 학살하지 말라(Not in our name)’며 휴전을 요구한 수천 명의 유대계 미국인들이 존재한다”며 “유대인으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저지르는 범죄를 침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를 지지하면 유대인, 비판하면 모두 비유대인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집회에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휴일에 시간을 내 집회에 찾아온 다양한 이유를 밝혔다. 초등학생 세 자녀와 참여한 양모(49)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이들이 고깃덩어리처럼 부서지고 죽어간다. 보통의 삶이 이러면 안 되는 것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홀로 집회를 찾은 서민영(29)씨는 “한국은 올해 정전 70주년을 맞이했는데 전쟁이 또 일어났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집회에 나오게 됐다”며 “뉴스에서는 전쟁의 양상만 보도되는데 현장에서 팔레스타인 탄압을 반대하는 유대인의 목소리 등 이분법을 벗어난 전쟁 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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