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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퍼펙트스톰 직면… 기업 리더십 중요”

입력 : 2023-11-01 19:55:56 수정 : 2023-11-01 20: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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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한은 ‘무역 파고 극복’ 세미나

물가·고금리·전쟁 등 대내외 악재
“美·中과 밀접한 한국 피해 우려”
최태원, 국가투자지주사 설립 제안
고위험·고성장 첨단기술 육성 강조

우리 경제가 ‘퍼펙트 스톰’(여러 악재가 동시에 터지는 위기)에 놓였다는 주장이 정부, 학계 등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저성장, 소득과 부의 양극화, 물가·금융 불안정 등 기존 ‘삼중고’에 더해 고금리, 전쟁 등 대외상황이 겹치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제2회 한은-대한상의 공동 세미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은행이 주최한 ‘글로벌 무역 파고 어떻게 극복하나’ 세미나에서 기조강연에 나선 이종화 고려대 교수(경제학과)는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세계 경제가 디리스킹(위험 최소화), 프렌드쇼어링(우호국 위주 공급망 구축)이 진행되며 미국, 중국, 중립 블록으로 나뉠 가능성이 있다”며 “미·중과 경제뿐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도 밀접하게 연결된 한국 경제는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우리 정부가 출범하고부터 지금까지 경제 상황은 ‘퍼펙트 스톰’하에 있다”며 금리, 물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대내외 위기 요인들을 지적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힘들고 불확실할 때 새로운 길을 찾고 조직을 인도하는 기업인과 정책당국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 네 번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 다섯 번째)이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컨퍼런스홀에서 ‘글로벌 무역 파고 어떻게 극복하나’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주요 참석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환영사에서 블록화 심화로 인한 글로벌 경제안보 흐름을 설명하며 “안보라는 단어가 붙으면 항상 추가로 돈을 지불해야 한다. 안보는 좋은데 막상 시장에서 중국보다 싸게 만들 방법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팔던 그대로 똑같이 할 순 없다. 쪼개진 공급망 시장에선 수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저성장을 극복하고 고위험·고성장 첨단기술 분야 육성을 위해 ‘국가투자지주회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민간 투자가 안 되는 부분을 국가지주회사가 투자하고, 투자된 것을 민간에 위탁 운영시키는 ‘리버스 BTL’(역 임대형민간투자사업) 형태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투자지주회사는 지난 9월 대한상의와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 4곳이 정부에 전달한 ‘산업대전환 제언’의 핵심 내용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글로벌 무역 파고 어떻게 극복하나’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그러나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모양새를 보이면 세계무역기구(WTO) 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아이디어는 받아들이되 어떤 형태로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세미나에서 이·팔 사태로 물가·유가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내년 유가를 84달러 정도로 예상했는데 90달러 이상으로 오른다면 (물가 등) 예측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저출산·고령화로 불거질 노인 봉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노동자를 데이케어나 노인 봉양 일에 근무하게 하는 방안을 언급하면서도 “뭘 해야 하는지 다 아는데 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세미나에서 ‘글로벌 교역환경 변화와 우리 경제에 대한 영향’ 발표를 맡은 윤용준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장은 “앞으로도 글로벌 분절화 흐름은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글로벌 및 우리 경제에 주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가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글로벌 무역 파고 어떻게 극복하나’ 세미나에서 ‘지경학적 분열과 인구 감소의 뉴노멀 시대’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한은은 향후 글로벌 교역 분절화 정도에 따라 우리 수출이 최대 10%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한은의 모형 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요국들이 두 블록으로 나뉘어 양측 간 무역장벽이 강화되고, 블록 내에서도 보호무역조치가 시행될 경우 장기적으로 우리 수출이 약 10% 줄어들고 글로벌 수출은 4% 내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산업·무역정책 등을 통해 반도체·자동차 산업 등의 자급률을 높이는 ‘제한적 분절화’가 나타나면 우리 수출은 장기적으로 해당 산업을 중심으로 3% 안팎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제한적 분절화 시 글로벌 수출 감소 폭(약 2%)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블록 간 분절화가 심화하면서도 블록 내 장벽은 완화되는 경우에는 우리 수출은 3% 중반, 글로벌 수출은 2% 중반 각각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윤 팀장은 “글로벌 교역환경의 변화는 우리 경제에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며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공급망을 확충하는 등 글로벌 교역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수·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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