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목선 ‘경계 실패’ 지적에… 軍 “NLL 이남에서부터 추적” 반박

北주민 4명 동해상 ‘목선 귀순’

NLL서 40∼50㎞ 떨어진 지점
“7.5m 목선 타고 느린 속도 이동”
남성 1명·여성 3명… 가족 가능성
정부 “진성 귀순 여부 등 확인 중”

군과 정부는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아래로 내려와 우리 어민에게 발견된 북한 신원불상 인원 4명의 신병을 확보했다. 군의 NLL 경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합동참모본부는 “작전 중이었다”며 이례적으로 당시 세부 상황을 설명했다. 2019년 삼척 목선 귀순 당시 불거진 ‘경계 실패’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주민 4명이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아래로 내려와 속초 앞바다에서 우리 어민에 의해 발견된 가운데 이날 군 당국이 소형 목선을 양양군 기사문항으로 예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어민 신고 전부터 작전 진행”

합참과 해군, 해경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10분쯤 강원 속초시 동쪽 약 11㎞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이 북한 소형 목선을 발견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속초해경 순찰정은 북한 주민 4명이 승선한 것을 확인한 뒤 배를 예인했다. 목선에 타고 있던 주민들은 귀순 의사를 밝혔으며 정부 합동정보조사팀에 인계됐다. 이들은 남성 1명, 여성 3명이며 친족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7.5m 길이의 목선은 매우 느리게 움직였다. 군은 북한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해역까지 이동한 뒤 남서쪽으로 항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목선이 발견된 속초 동쪽 해상은 NLL에서 남쪽으로 약 40∼50㎞ 떨어진 곳이다. 군의 동해 NLL 경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군 당국은 “NLL 이남에서부터 목선을 추적했다”고 반박하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합참 관계자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전 4시쯤 NLL 북쪽 외해에서 북한 함정들의 특이 동향을 포착한 직후 해군 함정들과 해상초계기를 보내 일대에서 탐색작전을 진행했다. 5시30분쯤 육군 감시 레이더에 NLL 남쪽에서 미상의 표적이 외해에서 해안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처음 탐지됐다. ‘의심 선박’으로 분류된 이 표적은 6시30분쯤 군의 열영상장비(TOD)에도 식별됐다. 우리 어선이 목선을 발견하고 해경에 신고한 것은 7시10분쯤이었다. 속초해경 순찰정은 8시쯤 북한 주민 4명의 탑승을 확인한 뒤 목선을 예인해 모처로 옮겼다. 해군 고속정은 북한 주민 4명을 태워 이동한 뒤 정부 합동정보조사팀에 인계했다.

군이 레이더로 추적했지만 해당 표적의 정체를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어선이 군보다 먼저 북한 소형 목선임을 확인한 셈이다. 목선이 NLL을 넘기 전에 포착·추적했다면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합참 관계자는 “(미상 표적이 식별될 때마다) 해군과 해경이 출동하면 감당이 안 된다. 어선이 수백척이 있고, 입·출항도 계속 있다. 군은 특이점이 있을 때 전력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서해 NLL은 섬이 많고 짧아 감시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동해는 섬이 없고 NLL 길이가 400㎞가 넘는다. 북한 소형 목선이 넘어오는 것을 모두 잡아내기 힘들고, 먼 바다에 있는 소형 목선은 함정의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 귀순 확정되려면

북한 주민이 동해상에서 배를 타고 귀순을 시도한 건 2019년 11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당시 이들은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됐다. 지난 5월에는 가족 단위 북한 주민들이 어선으로 서해 NLL을 넘어 귀순한 바 있다.

정부합동정보조사팀은 이날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 4명의 신원과 함께 귀순 의사가 진짜인지에 초점을 맞춰 조사하고 있다. 초기에 귀순 의사를 밝혔더라도 이후 변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정부가 당장은 귀순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월 서해 NLL을 넘어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들의 경우 그동안 북송됐다는 정부 발표가 없었던 점에 비춰 전원 귀순자로 확정돼 남한 정착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은 2분기보다 40명 늘어 총 139명이다. 작년 동기 42명과 비교하면 3배 이상이다.

박수찬·홍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