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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평균 6.3시간 수면… 세계 최하위
수면 부족 지속 땐 건강도 행복도 놓쳐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전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 9월18일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6.3시간이었다. 이 조사는 2021년 1월부터 1년 동안 웨어러블 기기에서 수집한 수면 데이터에 바탕을 둔 것으로, 네덜란드, 뉴질랜드, 아일랜드, 핀란드 등 수면 선진국은 평균 7시간이었다. 한국인은 이들에 비해 매일 42분 정도 덜 자는 셈이다. 수면 부족의 주원인은 장시간 노동이다. 네덜란드인에 비해 한국인은 일주일에 평균 9.5시간 더 일했다.

잠은 생명의 보편 현상이다. 단세포 동물인 박테리아도 활발히 움직이는 시간과 가만히 멈추어 있는 시간이 구분된다. 식물도 해 뜨면 이파리를 열어서 활동하고, 해 지면 이파리를 닫아걸고 수면 모드에 들어간다. 잠들면 익사하기에 고래는 양쪽 뇌 중 한쪽만 교대로 잠자도록 진화했다. 충분히 자지 않으면, 생명은 약해지고 병들어서 결국 죽음에 이른다.

‘잠의 힘’(에이도스 펴냄)에서 정기영 서울대 교수는 수면이 식이, 운동과 함께 건강의 필수 3요소라고 말한다. 잠은 신체적, 정신적 피로에서 우리를 회복시켜 주고, 기억을 강화하고 학습을 완성하며, 단백질, 지질 등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을 합성하고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다.

하루 이틀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도 건강엔 즉시 이상이 생기고, 삶의 질은 떨어진다. 아침엔 일어나기 힘들고, 낮엔 졸리고 무기력해지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기분도 저하된다. 혈압이 올라가고, 혈당은 증가하고, 식욕은 늘어난다. 스트레스 반응이 높아져 관대함이 없어지고, 짜증, 불안, 우울감이 심해진다. 수면 빚 때문이다.

수면 부족이 지속되면, 잠의 빚이 쌓이면서 복리로 이자가 붙기 시작한다. 부족한 수면 시간을 갚을 땐 더 많은 잠이 필요하단 뜻이다. 가령, 필요 수면 시간보다 40분 정도 적게 잔 사람이 수면 부족에서 완전히 회복하는 데 3주 정도 걸린다. 가벼운 수면 부족이라도 오래 지속되면, 비만, 고혈압, 당뇨, 심장병, 뇌졸중 등 건강을 그 대가로 치르게 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불면 장애, 수면무호흡, 하지불안증후군 등 수면장애 환자가 매년 약 8%씩 증가 중이다. 2014년 41만명이던 수면장애 환자는 2018년 57만명으로 늘었고, 2022년에는 76만 5000명으로 늘었다. OECD 국가 중 잠을 가장 적게 자는 나라(주당 약 460분)이고, 수면 만족도(35%)도 가장 떨어지는 나라이니 이는 필연적이다.

수면 부족의 원인은 성인의 경우엔 긴 노동시간, 학생의 경우엔 무거운 학업이다. 평일과 주말의 수면 시간 차이, 즉 사회적 시차가 이를 드러낸다. 통계청 국민 시간 사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평일엔 평균 7시간 9분, 토요일엔 8시간 35분, 일요일엔 7시간 23분 잠잔다. 평일과 주말의 사회적 시차가 1시간 24분이나 된다는 건 한국에서는 수면 시간을 억지로 줄이지 않고는 정상적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음을 뜻한다.

수면 부족 국가에서 건강과 행복은 불가능하다. 수면이 국가와 사회의 근본 해결 과제인 이유다. 미국에선 이미 수면을 전염병, 공해 같은 공공보건 문제로 다루고 있다. 모든 사람이 잠의 힘을 누릴 수 있도록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이 자는 쪽으로 사회를 변혁해야 할 때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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