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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돌려차기’ 피해자의 절규… “판사가 피해 안 당해보니 저리 편히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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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20 18:02:30 수정 : 2023-10-20 18: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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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기록 수차례 열람신청 했는데
법원이 거부하며 “민사소송 걸라”
이 과정서 피해자 신원 노출됐다
가해자는 보복 범죄 벼르는 중
부산고법원장 “화살은 법원 아닌
검찰 향해야” 주장하다 끝내 사과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부산고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법원의 ‘부주의’ 탓에 신원이 가해자에게 노출된 과정을 상세히 밝혔다. 김흥준 부산고법원장은 의원들의 질타 속에 ‘검찰 탓’을 하다가 끝내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A씨는 1심 첫 공판 직후 공판기록 열람신청을 한 이유에 대해 “첫 공판에서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 가해자와 있던) 7분이 있다고 들었다”며 “그때 처음으로 성범죄 가능성을 의심하게 됐다”고 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부산지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비공개로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정말 많은, 수차례 거절당했고 겨우 받은 건 공소장뿐이었다”면서 “피해자는 재판 당사자가 아니니 가해자에게 민사소송을 걸어 ‘문서송부 촉탁’을 하라고 직원에게 권유받았다”고 했다. 문서송부 촉탁이란 재판에서 증거로 쓰기 위한 자료를 법원을 통해 받는 절차 중 하나다.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자연히 피고가 상대방인 원고의 신원을 파악하게 된다. 사실상 법원 측 권유는 피해자더러 가해자에게 신원을 공개해 가며 공판기록을 받아내란 것과 다름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공판기록 열람은 재판장 재량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며 “재판장이 허락했다면 공판기록을 피해자가 봤을 것이다. 이리 뛰고 저리 뛰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신원정보가 노출됐고 보복 범죄의 원인을 제공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흥준 법원장은 “형사소송절차라는 것이 피고인의 방어권, 무죄추정 원칙이 있다 보니 방어권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참고인(피해자)의 말씀을 들으니 안타까움을 느낀다.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지금 안타깝다는 표현이 말이 되나.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조 의원은 피해자가 성범죄 의심 정황을 담은 탄원서와 의견서를 7차례 제출했지만 2심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다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돌려차기 사건이 방영된 뒤에야 수용한 점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 과정에서 김 법원장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자 조 의원은 “그게 웃을 일인가. 지금 여기가 우습나”라며 역정을 냈다. 조 의원은 김 법원장한테 “부산에서 당신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는 모르겠는데 국민들이, 이거 보는 사람들이 그 웃음을 보고 (뭐라 생각하겠나)”라고 언성을 높였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사건 당시 CCTV 화면.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김 법원장은 재판부를 거듭 옹호하면서 “화살의 방향은 법원이 아니라 검찰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원이 적극적으로 기소되지 않은 공소사실을 두고 재판을 심리해나갈 순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검찰이 당초 성범죄 혐의를 공소장에 담지 않았으니 법원 잘못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에 조 의원은 법원의 각종 증거를 조사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조문을 제시하며 “(법원은) 기소장 외에는 아무것도 보면 안 되나”라고 추궁했다. 김 법원장은 “그건 아니다”라면서 “혹시 피해자께서 그렇게 느끼셨다면 제가 법원장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피해자 A씨는 “(김 법원장이) 피해를 당하지 않았으니 저런 말을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사법부는 지금 보듯 철저히 피해자를 방해하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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