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제품 중 상당수는 정부가 안전을 관리하는 것들이다. 많은 사람이 먹기 때문에 엄격하게 관리되는 식품을 예로 들 수 있다. 지금 곁에 과자나 음료수가 있다면 그 뒷면에 영양성분 정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양은 물론 몸에 해롭다고 알려진 트랜스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의 양을 공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담배는 어떨까? 담배는 건강에 해로운 제품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식품보다는 엄격하게 관리될 거라 기대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현행 법령에 따르면 담배의 유해성에 비해 소비자가 찾아볼 수 있는 정보는 얼마 되지 않는다. 공개되는 정보는 포장지에 적힌 니코틴과 타르 단 두 가지 성분에 대한 함량뿐이다. 담배에 비해 훨씬 안전한 화장품이 전 성분을 표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그동안 담배가 누려온 신비주의가 얼마나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해 왔는지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월 6일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담배 유해성 관리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담배 유해성 관리법이 2025년 말 시행되면 영업자는 정기적으로 품목별 유해성분 함유량을 검사하여 그 결과를 식약처에 제출하여야 한다.
식약처는 이 결과를 국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기관 누리집에 공개하게 된다. 담배의 유해성을 국가가 먼저 판단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여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돕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이번 법 개정은 소비자와 영업자 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담배 안전관리의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 주요국들은 2000년대 초(캐나다 2000년, 미국 2009년, EU 2014년)부터 담배 유해성분과 함량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식약처도 관련 법안이 최초로 발의된 2013년 이전부터 전문 인력과 장비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으로 주요 유해성분에 대한 국제공인 분석법을 마련하는 등 국가 담배 유해성 관리 체계의 뼈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다만, 시장에는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신뢰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유지하려면 이를 관리할 인원과 예산 확충은 필수적으로 보인다.
정체불명의 영역에 있던 담배의 위해(危害)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식약처의 오랜 노력이 담배 유해성 관리법 통과로 그 결실을 보았다. 이런 식약처의 노력이 소비자 스스로 담배의 유해성분에 대해 정확히 알고, 담배의 소비 여부를 선택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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