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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 터 잡은 ‘노후 터빈 개조’ 알짜회사 美PSM 가보니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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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18 11:02:00 수정 : 2023-10-18 20: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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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엔진 만들던 12명이 창업
연내 100% 수소발전 달성의 첨병”

“쨍, 쨍, 쨍∼”

 

10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시에 자리한 PSM 공장에선 대장간에서나 들릴법한 철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밀링머신이 노후된 가스터빈의 연소기 윗부분을 연마하는 가운데, 직원들은 도면을 살펴보며 효율적인 개조방법 논의가 한창이었다. 터빈 블레이드 등 오래된 부품들에는 수리·개조를 맡긴 오너와 수량·시기 등이 적힌 작업서가 달려있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있는 PSM 공장의 직원이 터빈 블레이드의 가공 과정을 감독하고 있다. 한화파워시스템 제공

2021년 네덜란드 토마센에너지와 함께 한화에 합류한 PSM은 한화그룹의 탄소중립 청사진에서 가스 발전의 탈탄소 등에 집중된 회사다. 1만4800㎡ 규모 공장에서 400명가량이 일하는 PSM은 어쩌다 골퍼들의 천국인 주피터에 자리잡았을까.

 

지난해 PSM, 토마센, 한화파워시스템이 통합·출범한 한화파워시스템홀딩스의 손영창 대표는 “주피터에 있던 전투기 엔진 제조사가 코네티컷주로 이전하자 엔지니어 12명이 발전용 서비스 목표로 1999년 창업한 곳이 PSM”이라며 “사업의 기본 축은 기존 가스터빈 서비스, 수소 혼소(가스+수소)·전소(수소 100%) 가스터빈, 클린에너지 발전 등 세가지”라고 소개했다.

 

PSM은 GE 등 제조사의 서비스 기간이 만료된 가스터빈을 고객 요구에 따라 신기술로 개조해 효율을 극대화한다. 새 가스터빈은 저렴하지만 유지보수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PSM과 토마센은 제조사가 외면하는 수리·개조를 저렴한 비용에 수행하는 ‘브라운 필드’의 강자다.

 

PSM은 규정 주파수가 60㎐인 미국·한국 시장을, 네덜란드가 본사인 토마센은 유럽 등 50㎐ 시장을 주타깃으로 한다. 손 대표는 “두 회사가 합쳐져 사업을 수행하면서 전세계에 거점이 포진해있다”고 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있는 PSM 공장의 직원이 노후 부품의 도면을 제작하기 위해 레이저스캐닝 장비를 조작하고 있다. 한화파워시스템 제공

PSM은 주피터 본사 외에 텍사스 휴스턴에 서비스센터를, 판교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엔 연구거점을 두고 있다. 멕스코와 일본 등엔 사무소가 있다. PSM 본사 모니터링센터에선 전세계 5개국 25개사의 스팀 및 가스터빈 100여개 이상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가스터빈은 전체 부품의 10∼20%를 4∼5년 주기로 3번 정도 수리한다. 첫 주기때 바로 폐기하는 경우도 있다. PSM은 1년에 가스터빈 17대 분의 부품들을 수리·개조한다. 밀려드는 작업량에 증설도 고려하고 있다.

 

가장 곤란한 건 부품 도면 확보다.

 

제조사 도면을 참고할 수 없다. 부품이 들어오면 레이저스캐닝으로 새 도면을 만들어야 한다. 너무 오래되거나 신규 기종은 수리가 쉽지 않은 이유인데, 주력 기종만 따졌을 때 점유율은 10%가량이다.

 

한화는 PSM 인수후 기술 국산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부산과 창원의 중소기업들을 통해 일부 부품 제작을 시작했다. 기존 가스터빈을 혼소터빈으로 개조하는데 필수인 수소 연소기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기존 가스터빈의 연소기를 한국에서 만든 수소 연소기인 ‘프레임시트’로 바꾸면 혼소 발전이 가능해진다. 지난달 18번째 프레임시트가 출하됐다.

 

한화파워시스템과 한화임팩트, 한국서부발전 등은 4월에 세계 최초로 80㎿급 중대형 가스터빈에 수소를 59.5% 섞어 연소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존 가스터빈에 비해 이산화탄소는 22% 줄었고, 질소산화물은 6ppm 이하로 낮췄다. PSM의 개조 기술과 프레임시트 덕인데, 한화는 2027년까지 수소만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 전소 발전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100% 수소 전소 실증에 나선다.

한화파워시스템홀딩스의 손영창 대표가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있는 PSM 본사에서 한화그룹의 탄소그룹 청사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파워시스템 제공

손 대표는 “수소는 수소폭탄 탓에 무서운 물질로 보는데 100% 전소 실증 이후엔 체감속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100% 실증에 도달하면 세계 발전시장에 줄 여파가 상당하고, 그때에 우리나라가 준비돼 있어야 경제적 주도권을 갖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PSM은 업력이 24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 칼파인(2000년), 프랑스 알스톰(2007년), 이탈리아 안살도(2016년) 등 가스터빈 관련 글로벌 기업에 잇따라 인수됐다. 한화에 안착하기 전까지 모기업들은 PSM의 미래를 그리지 않고, 노후 터빈 수리·개조 서비스에서 창출된 ‘현금’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있는 PSM의 알렉스 호프 대표가 PSM의 사업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한화파워시스템 제공

한화 인수 후 임금이 오르고 직원 복지가 향상됐고, PSM 출신 인사가 고위직에 중용되는 등 미래 투자가 이어지면서 직원 만족도는 어느 때보다 높다. 직원들이 한국에서 온 공장 방문객들을 웃으며 맞은 배경일 수 있다.

 

알렉스 호프 PSM 대표는 2007년 인수팀장으로 왔다가 눌러앉아 16년간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다. 호프 사장은 “PSM은 관련 특허가 150여개인 기술집약적 기업”이라며 “처음엔 전통적인 가스터빈만 다뤘지만 이제 기존 터빈을 개조해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전환과 순환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혁신적인 에너지 변환을 위해 다음세대를 위한 중요한 기술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피터(플로리다주)=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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