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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만 같이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가고 추분(秋分)과 한로(寒露)를 지나 선선한 가을 아침을 맞고 있다. 시간의 흐름을 알고 있다는 듯 푸르던 산도 어느덧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들고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 어느 산을 가든지 숲이 우거져 있다. 그러나 국토 면적의 63%를 차지하는 산림은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나무가 없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1973년 ‘국토녹화 10개년 계획’을 수립해 본격적으로 국토녹화를 시작한 지 50년 만에 녹화에 성공해 지금의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되었다. 단위 면적당 나무의 양은 1972년 ㏊당 11㎥에서 2020년 ㏊당 165㎥로 15배 증가했다.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259조원으로 국민 1인당 연간 499만원 상당의 혜택을 숲에서 얻고 있다.

남성현 산림청장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는 노인이 한 그루, 한 그루 묵묵히 나무를 심어 울창한 숲을 만든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수많은 ‘나무를 심은 사람’이 115억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은 덕분에 아름답고 활력 있는 숲이 됐다. 이제 우리 숲은 세계가 인정하는 ‘20세기의 기적’, ‘세계가 따라야 할 녹화 모델’로까지 평가받고 있다.

10월18일은 산림청이 지정한 ‘산의 날’이다. 유엔이 산의 생태계가 지닌 지구 차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2002년을 ‘세계 산의 해’로 지정한 것을 계기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 기후 위기와 생물다양성 파괴 등을 해결하기 위한 자연 기반 해법의 핵심 수단으로서 산림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글로벌 이슈에 대한 산의 가치와 중요성에 관한 공감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 시점에서 산림청은 지난 50년의 국토녹화 과정과 의미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숲의 미래를 임업인들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기 위해 ‘대한민국 산림 100년 비전’을 선포하였다. 산림의 경제, 환경, 사회·문화적 가치가 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선진국형 산림 경영·관리를 통해 산림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 가겠다는 비전이다. 임업인에게는 돈이 되는 보물산으로, 국민에게는 힐링 공간인 복지 자산으로 산을 활용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왜 산에 올라가는가?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등산가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유명한 이 문구는 영국의 산악인 조지 맬러리가 남긴 말이다. 그런데, 맬러리처럼 산을 정복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푸른 숲과 자연이 없다면, 과연 ‘산이 거기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산을 오르겠는가? “네 영혼이 고독하거든 산으로 가라”고 한 어느 독일 시인의 말이 와닿는다. 지친 심신에 새로운 활력소와 생명력을 충전하기에 푸른 숲과 자연은 더없이 좋은 곳이기에 사람들은 산을 찾는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산을 찾는다. ‘2022년 등산 등 숲길체험 국민의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녀 10명 중 8명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을 찾는다. 어떤 이에게 숲은 생업의 공간이며, 어떤 이에게는 치유의 공간이자, 또 어떤 이에게는 모험과 도전의 체험 공간으로 숲을 이용하는 이야기는 서로 다르다. 하지만 숲이 지속 가능해야 인류의 삶도 지속 가능해진다는 공통된 이야기를 품고 있음은 분명하다. 산의 날, 산을 오르며 산의 가치와 중요성을 되새기는 것은 어떨까.


남성현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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