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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준비 위해 제왕절개까지… 여성 변호사들 "이의 있습니다" [법조 인앤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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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09 20:00:00 수정 : 2023-10-09 19: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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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측 동의 없이 기일 변경 못해
회복도 못 하고 업무 복귀하기도
“임신·출산 기간 고려 내규 필요성”

지난해 7월 A 변호사는 한 민사사건을 맡던 중 출산 예정일이 다가왔다. 예정일 1주 전에 변론기일이 잡히자 고민 끝에 제왕절개로 예정일보다 2주 빨리 출산했다. 기일 연기를 요청했으나 상대 변호사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 변호사는 “재판 도중 변론이 격해져 상대 변호사가 적대적으로 나온 상황이었다”며 “항소심을 맡았는데, 1심을 뒤집지 못하면 이자를 포함해 약 2억원을 원고에게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감이 컸다”고 돌아봤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임신·출산을 사유로 하는 기일 변경 요청에 산후조리 기간이 고려되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성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70조에 따르면 변호인이 신청하면 공판기일을 변경할 수 있다. 민사소송 역시 최초 기일의 경우 양 당사자의 합의가 있으면 기일 변경이 가능하고 2차 기일 이후에도 소명 자료를 첨부하면 기일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A 변호사의 사례처럼 상대 측이 동의하지 않거나 재판부가 산후조리 등을 고려하지 않으면 여성 변호사들은 출산 후 최소한의 회복 기간도 거치지 못한 채 업무로 복귀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2021년 11월 출산한 B 변호사는 “9월 말쯤부터 재판부에 출산 예정 시기를 밝히고 재판 기일 지정에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기일이 11월 말로 잡혔다”며 “결국 출산 직후 변론 준비를 위해 업무에 들어가고 변론기일에 출석했다”고 말했다.

 

변호사 단체는 법조계에도 출산 친화적인 분위기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김영미 공보이사는 “자연분만의 경우에는 출산 후 2박 3일, 제왕절개는 5박 6일 동안 입원해야 하고 최소 2주간의 회복 기간이 요구된다”며 “출산을 유도하는 국가정책이 많이 나오는 만큼 법조계도 출산을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모임(새변) 김지연 이사는 “변호사의 출산이 임박한 경우 출산 예정일로부터 한 달 정도 이후에 변론기일을 잡아주는 지침을 법원 내규로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여성 변호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소송 당사자의 입장에서도 변호사로부터 정상적인 법률 서비스를 받으려면 필요한 지침”이라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 측은 “법원에서는 변호사의 사정을 고려해 영상 재판을 권고하는 등 (여성 변호사들의) 임신뿐만 아니라 변호사들의 건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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